
기습
/이경
간밤에 도둑이 들었다
칼로 가슴을 찌르고
잠을 몽땅 훔쳐 갔다
잡힐 놈이 아니다
어디 깊은 절간으로 숨어들어
석남꽃이나 피우고 있겠지
가을이다
-계간 <시와 시학> 2011년 가을호 중
해마다 나타나, 모르는 사이에 소중한 것들을 훔쳐 가는 도둑이 있다, 가장 귀한 보물을 가져가는데 잡힌 적 없다, 생활에 쫓겨 정신없이 살다보면 잃어버린 것이 무언지도 깨닫지 못한다, 어느 날 문득 텅 빈 가방들을 보며 잃어버린 목록을 작성해 본다. 생각나는 것보다 생각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때 쯤 다시 나타나는 도둑, 그렇게 한 해를 야금야금 잃다보면 어느 날 남은 것이 없을 것인데, 누구한테 신고해야하나, 늘 한 수 위인 도둑을.
/신명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