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도수 결정은 일정한 물에 알코올 함유 농도의 비중으로 정한다. 즉, 술 속에 포함되어 있는 에틸 알코올의 양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소주가 20도라면 에탄올 함량이 20%라는 식이다. 양주는 도수 대신 푸르프(Proof) 단위를 사용한다. 주로 영국과 미국산 위스키에 표시하는 푸르프는 에탄올과 물이 각각 약 50퍼센트 정도 섞여 있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만약 알콜도수가 100프루프라고 적혀 있으면 실제 도수는 그 절반인 50도를 뜻하는 것이다.
알코올의 농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과거에는, 마시는 술과 화약을 반반 섞어서 불을 붙인 뒤 파란색 불꽃이 유지되면 알맞은 술이라는 뜻으로 100proof라고 불렀다고 한다. 농도가 묽으면 잘 타지 않고, 너무 진하면 불꽃 색깔이 밝은 노란색을 띤 다는 것으로, 알코올의 농도를 구분했다고 전해진다.
도수의 높고 낮음이 좋은 술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다. 오히려 도수가 높은 독한 술일수록 빨리 취하게 되면서 우리 몸은 급작스런 변화에 상처를 받게 된다. 스위스의 유명한 술 압상트(Absinthe)는 스위스를 비롯하여 여러 나라에서 판매가 금지되고 있다. 까닭은 술의 알코올도수가 68도나 되기 때문이다. 술이 우리 몸에 이롭게 작용하려면 먼저 알코올 농도가 낮아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럼에도 옛날에는 어떻게 하면 알코올 농도를 높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독한 술은 독(毒)도 되고 약(藥)도 된다는 인식이 높아서 였다.
우리의 국민주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35도에 이를 정도로 독했다. 70년대초 까지만도 30도를 유지했다. 그러다 1998년엔 23도 제품이 나오더니 2006년 20도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올해 ‘마(魔)의 18도’ 벽을 깬 제품이 잇달아 나왔다. 2월 ‘참이슬’을 17.8도로 낮추자 ‘처음처럼’이 17.5%로 더 내려 맞불을 놨다. 여기에 지방소주업계가 17.5도와 16.9도 제품을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면서 무한경쟁 시대로 번졌다.
순한 술 경쟁에는 소비자의 변한 입맛이 한몫 하고 있다. 덕분에 소주회사들은 원가 절감과 매출증대라는 호왕을 맞고 있다. 이런 소주의 도수가 다시 17도로 내려갈 전망이라고 한다. 국민의 알콜섭취량을 늘리고 17도 미만 주류에 한해 TV 광고가 가능한 제도를 악용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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