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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친절한 학교

 

수원 정자초등학교에서 수원문인협회 시화전이 있었다. 필자는 이곳저곳 초빙강의를 하느라고 들리지 못하다가 철수기간(撤收期間)이 며칠 지난 오후에 정자초등학교를 찾았다.

필자는 정확하게 42년간 교직에 몸담았지만 정자초등학교의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지난날이 부끄러웠다. 이유는 친절 문제였다.

필자는 고등학교 교장으로 있을 동안 경기도 교육청 친절강사로 활동을 하였고 관공서나 각 급 학교를 다니면서 친절에 대하여 강의를 했는데 정자초등학교를 들어서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온몸으로 웃으면서

교문에 들어서자 기사님이 나와 친절한 미소를 지은 표정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마침 교장선생님이 출장중이서 교무실 문을 두드렸다. 방학 중이라 근무조만 있었는데 세 사람이 나를 반겼다. 그들은 얼굴만 웃는 모습이 아니라 온몸으로 웃으면서 나를 맞이하였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필자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왔는지 모르면서 친절을 보여주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또 잠시나마 나를 뒤돌아 보았다. 내가 교장으로 있었던 학교에서 과연 나는 내 자신이 학교를 방문하는 분들에게 얼마나 친절하게 행동을 해주었는가? 답은 그들의 친절에 비하면 불합격이라고 스스로 판정을 내렸다.



왕자가 된 기분

세 선생님이 나의 노크소리에 제창을 하듯 함께 ‘어서 오세요.’로 입을 열면서 내 곁으로 왔다. 먼저 여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시화(詩畵)를 찾으러 왔습니다.”

그러자 다른 여선생님이 “제가 찾아다 드리겠습니다. 성함이……” 했다. 내가 이름을 밝히자 곧바로 뒤를 이어 남자 선생님이 “선생님! 그냥 계세요. 제가 찾아드리겠습니다.”

“아니에요. 장소만 알려주시면 제가 갈게요.”라고 말을 했지만 동작 빠른 남선생님이 교무실을 나갔다. 여생님 한분이 입을 열었다.

“차 한 잔 하세요. 무슨 차로 드릴까요?”

“다방커피요.”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처음 차를 대접하려던 여선생님 옆의 여선생님이 찻잔을 들고 차를 준비했다. 다른 여선생님은 의자를 권했다. 내가 앉아서 차를 마시는 동안 학교에 대한 내 질문에 다정하게 대답을 하면서 양편에 서서 내가 부탁만 하면 무엇이든지 시중을 들겠다는 태도로 마치 왕자를 모신 듯 곁에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왕자가 된 기분이었다.



승용차까지 와서 시화(詩畵)를 실어준 선생님!

내가 ‘실례지만 선생님들 성함은…….’하고 말끝을 흐리자 “저는 교감 전영자입니다.”라고 깍듯이 90도 허리를 굽히면서 인사를 했다.

“저는 나효진이에요.”라고 다른 여선생님도 씽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때 나는 차를 다 마셨고 교무실 문이 열리면서 남선생님이 내 시화(詩畵)를 들고 왔다.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의 시화(詩畵)를 받으려하자 남자 선생님은 나의 승용차까지 갔다드리겠다면서 따랐다. 두 여선생님은 현관까지 나와 인사를 했고 남자선생님은 내가 한사코 사냥을 했는데도 나의 승용차까지 와서 시화(詩畵)를 잘 실어주었다.

고마워서 성함을 물으니 ‘유광수입니다.’라고 자신을 알려주었다. 내 차가 교문을 나왔는데 백미러로 보니 90도 허리를 굽혀 나를 배웅하고 있었다.

나는 운전을 하면서 친절한 학교를 운영한 정명희 교장선생님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동시에 교문에서부터 시작해서 학교 전체가 친전한 모습으로 근무하시는 그날 보이지 않는 선생님들에게도 고마움이 느껴졌다.

아울러 지난날의 내 자신을 반성하면서 내 자신도 남은 인생을 친절한 모습으로 살아가리라는 다짐을 하면서 집을 향하여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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