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내가 믹서기를 새로 구입했다며 자랑하듯 내게 보여줬다. 주방용품에 크게 관심이 없는 나는 자랑하는 아내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제품을 이리저리 훑어보는 시늉을 했다.
주방가전제품이니 흔히 알고 있는 국내 혹은 외국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겠거니 생각했는데 평소 알던 것이 아닌 생소한 브랜드였다. 아내에게 믹서기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니 국내 중소기업 제품인데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유명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시장에서 알아주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제품이 있다는 것에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지난 1월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이하 중기센터) 대표이사로 취임한 본인으로서는 이러한 강소기업을 많이 육성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
이 일을 계기로 평소 사용하던 제품들이지만 다시 유심히 보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이 제품은 어느 기업의 제품이고, 그 기업은 또 어떤 기업인지 알아보게 됐고, 중기센터 1층 전시장에 진열된 중소기업 제품들도 시간이 날 때마다 자세히 보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볼 수 없는 고정관념을 깬 아이디어 제품부터 세계 시장에서도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춘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접할 수 있었고, 디자인만 보완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만한 제품들도 보였다.
제품들을 보다보니 ‘기업을 직접 찾아가 기업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해결하면 보다 빨리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최근에는 주 2회~3회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사회적기업을 방문하고 있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다 보면 간단한 컨설팅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사항들도 상당 수 있어 함께 찾아간 우리 직원들과 현장에서 바로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에는 참 뿌듯하면서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보람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대해 설명할 때 ‘9988’이라는 표현을 쓴다. 흔히 ‘99세까지 팔팔하고 행복하게 살자’라는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또 다른 의미로 ‘99’는 국내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9%이고, ‘88’은 중소기업 종사자의 비율이 88%임을 뜻한다.
이렇듯 우리나라 경제에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중소기업의 발전이 곧 국가발전이며, 글로벌 시장 경쟁력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같은 중소기업 지원기관들은 현장에서 직접 뛰어다니며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또 다양한 지원 사업으로 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지원 부분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바탕으로 내실 있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원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이 스스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이제 곧 있으면 설 명절이다. 지난 추석 때 처음으로 대체 휴일제가 도입됐지만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이 정상 근무를 해 대체 휴일제 혜택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맡은 바 임무를 다 하는 중소기업인들의 노고 덕분이다.
이들을 위해 작지만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그들의 훌륭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직접적인 ‘힘’은 바로 국민들이 중소기업 제품에 관심을 갖고 구입할 때 생기게 된다.
경기도에서는 경기사이버장터, 경기도전통시장, 경기행복샵 등 경기도의 명품 점포나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제품들을 소개하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설 명절 때는 우리가 재래시장에 찾아가 식재료를 구입하면서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을 느끼고, 가족·친지들 간에는 중소기업에서 만든 우수한 제품을 선물한다면 어떨까? 그 어느 때보다 훈훈하고 따뜻한 명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