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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의 미술이야기]대중들의 이중섭 사랑과 수많은 논란들

 

요즘 들려오는 미술계 소식들 중에서 유독 이중섭에 관한 것들이 자주 들린다. 현대화랑에서 열린 이중섭의 전시에는 도화지 살 돈이 없어 담패 포장 은박지 위에 그렸다는 그림들과 일본의 가족들에게 보낸 손편지 등을 보려고 2만 여명의 관객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국공립 미술관이나 문예회관이 아닌 화랑에서 이루어진 전시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화가 이중섭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하자 몇 년 전부터는 가족들이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 작가 평전 등도 꾸준히 출판되었다.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이 살았던 집이 있는 곳에는 미술관과 예술거리가 조성되었으며, 부산시립극단은 이중섭의 생애를 소재로 한 공연을 상연하고 있다.

사실 화가 이중섭을 향한 대중들의 사랑은 요 몇 년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꾸준히 이루어졌다. 이중섭은 호당 작품 가격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작가이며, 가족그림이 인기를 얻기 이전에도 ‘황소’ 시리즈로 익히 알려져 있었다. 다만 그동안은 주로 황소를 그린 작가로 인지되어 왔다면 최근에는 가족들을 그린 작품들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는 작가의 구구절절한 가족사가 한몫하고 있다. 작가는 유학시절에 만났던 일본 여인과 열렬한 사랑에 빠졌고, 이후 이 여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으로 그를 찾아오면서 둘은 극적으로 결혼하였다.

그러나 한국전쟁의 발발하자 고된 피난생활과 생활고 때문에 부인은 두 아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떠났고 이중섭은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홀로 작업을 하다 40대에 단명했다. 네 명의 가족들이 함빡 웃음을 지으며 꽃가마를 타고 여행하는 행복한 장면들은 이 시기에 주로 그려진 것들이다.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아버지라는 존재의 중요성이 사람들 사이에서 일깨워지면서 이 눈물겹도록 행복한 가족 그림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중섭의 비극적인 가족 이야기는 그의 작품과 더불어 한국인의 정서 깊은 곳에 닿아있으며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다. 문제는 작가의 드라마틱한 개인사가 작품의 평가와 직결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많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의 비극적 스토리가 작품에 대한 평가를 부풀리게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중섭의 급부상된 인기와 관심을 들어 ‘이중섭 신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도 이야기되는데, ‘신화’란 단어는 개념적으로 따져 봤을때 역사적 사실이 아닌 허구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중섭의 작품 평가에 대하여 긍정적인 표를 던지는 것은 아니다. 이중섭 신화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작품의 평가 뿐만 아니라 이중섭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 역시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논란도 많이 있어왔다. 이중섭 평전을 저술한 비평가 최열은 신화적인 환상을 걷어내고 정확한 기록과 증언을 통해 진짜 이중섭을 찾는 것이 책을 쓴 목적이라고 했다. 이중섭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한국 미술 담론과 연구를 통해서 좀 더 이루어져야 할 일이지만, 안타까운 현실은 한국 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담론의 틀이 너무나 빈약하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우리에게 진정 ‘근대 미술’의 시기가 있었으며 그게 언제를 가리키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 역시 분분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중섭 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분석보다는 시끌벅적한 논란과 스캔들 차원의 접근이 이루어지기가 십상이다.

이중섭에 대한 대중들의 열렬한 반응을 단지 ‘신화’와 ‘이야기꺼리’로 여기지 말고 그의 작품이 참으로 관객들을 감동시키고 있으며, 이는 작품이 우리의 정서와 공감대를 이루기 때문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다루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미술사에도 큰 흐름을 이루는 여러 맥락들과 위대한 작가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미술가와 미술계 종사자들의 견해일 뿐 대중들의 공감에는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시각을 지니고 이중섭과 박수근을 중요한 근대미술가로서 재조명하려는 논문이 나오고 있는데, 이들의 노력에 필자 역시 심심한 지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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