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실련은 전문가 3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이 정부로서는 충격을 받을 만한 결과가 나왔다. 경실련은 17일 낸 보도 자료의 제목을 아예 ‘박근혜 정부 2년, D학점으로 낙제 수준’이라고 뽑았다. 평가 설문 결과 전문가의 80%나 대통령이 지난 2년간 직무수행을 ‘잘못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년 동안 국정운영 과정에서 보여준 리더십과 통치스타일에 대한 질문에 ‘매우 비민주적이다’ 59%(178명), ‘비민주적이다’는 응답이 18%(55명)로서 부정적인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반면 ‘민주적이다(매우 민주적이다+민주적이다)’는 응답 14%(41명)이었다. 이 정부로서는 참 우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관심을 끄는 설문결과도 있다. 교체해야할 국무위원, 청와대 보좌진, 기관장에 대한 질문항목이다. 국정쇄신을 위해 반드시 교체해야 할 청와대 보좌진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김기춘 비서실장을 전체 응답자 300명 중 264명(88%)이 지목했고 이어 이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27%, 82명), 유병우 민정수석비서관(15%, 45명) 순이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지난해 평가에서도 74.8%의 압도적인 응답률을 보인 바 있다.
반드시 교체해야 할 국무위원을 선택하라는 질문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50%, 150명)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35%, 104명)이 꼽혔다. 그런데 직무를 수행하기 전이었던 이완구 국무총리를 지목한 사람이 24%(71명)나 됐다. 이완구 총리는 지난 16일에야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는데 사전에 실시된 조사에서 교체돼야 할 인물로 꼽힌 것이다. 총리 지명 직후 본인과 차남의 병역 문제, 재산형성 과정, 논문표절 등 의혹이 잇따라 터졌다. 특히 설상가상으로 청문회 직전 ‘언론외압’ 녹취록까지 공개돼 여론은 더 악화됐다.
여당에서조차 반대표가 나올 정도로 어렵사리 인준이 된 만큼 권한·리더십 확보가 쉽지는 않을 터이다. 그러나 이왕지사 총리가 된 것이니 총리로서의 임무를 잘 수행하기 바란다.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듣고 불통이 아닌 소통에 바탕을 두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특히 ‘책임총리’ 역할이 주어질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소신을 갖고 대통령이 챙기지 못하거나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 과감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찬성 148표, 반대 128표, 무효 5표를 얻어 간신히 ‘반쪽총리’로 시작했지만 퇴임 후엔 박수를 받는 총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