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리는 전국 첫 동시 조합장선거가 불법 탈법이 판을 치고,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극히 제한된 선거운동 규정으로 인해 후보자를 제대로 알지 못해 현직 조합장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구조여서 타 후보자와 유권자인 조합원들의 불만마저 가중되고 있다. 당초 농협법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 주최의 합동연설회나 공개토론회로 후보자의 정책을 비교할 수 있는 선거운동방법이 있었지만, 국회 심사과정에서 합동연설회 및 공개토론회, 언론기관 및 단체의 후보초청 대담 토론회 조항이 모두 삭제됐다.
때문에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면면을 제대로 알 수 없어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행 조합장 선거운동은 명함배부, 어깨 띠,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지지호소문 게재, 문자메시지 전송 등 4가지로 제한된다. 자신이 출마한 농·축협 사무소는 물론 병원, 교회, 조합원의 집을 방문할 수도 없다.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도 후보자 자신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돼있어 음성적인 선거운동이 횡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있다. 이미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금품 살포나 향응 제공이 넘쳐나는 등 불법 선거운동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이유다.
지금까지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적발된 후보자는 모두 523명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명 중 6명이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남부경찰서는 최근 조합원 자녀 결혼식에 찾아가 금품과 함께 지지를 부탁한 배모씨를 구속했다. 전북경찰청도 지난달 25일 산림조합장 A씨가 조합원 서류를 조작해 선거인 명부를 부정등록한 혐의를 잡고 해당 산림조합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A씨가 설연휴기간 조합원 200여명에게 선물을 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 출처를 파악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1천326개 농·수협과 산림조합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조합장선거는 당초 제각각 흩어져있던 조합장 선거를 한번에 실시해 혼탁 선거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선거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과도한 통제 속에서 지연·혈연, 음성적인 돈 선거가 난무할 게 뻔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제3자 개입으로 인한 자율성 침해, 개최비용 과다, 포퓰리즘 공약 남발, 진행의 공정성 문제 등의 이유로 토론회나 대담을 반대한 것은 잘못됐다. 토론회와 대담은 이미 다른 공직선거에서 허용하는 민주적 선거방법이고, 정책선거를 정착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조합장 선거제도를 종합적으로 개선해 생산자단체의 축제로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