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를 만날 때마다 신기하게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단어가 있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밝힌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의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
이 말은 작은 징후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자 할 때 주로 말한다. 하지만, 하인리히 법칙이 정작 무서운 것은 현실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난생 처음 음주운전한 날 운 나쁘게도 음주 단속에 딱 걸리거나 평소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로 음주운전 조사를 하다보면 처음 음주운전에 단속된 경우는 약 20∼30%정도다. 대부분이 2번 3번, 많게는 3회 이상인 사람도 여럿이다. 흔히 생각에 단속에 걸린 정도가 이정도니 그 이전에 얼마나 많은 음주운전을 했을까 추론한다.
가볍게 한잔하고 조심조심 집까지 가봤는데, 단속에 걸리지 않고 사고도 나지 않았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별일 없다’는 자기 확신이 커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게 된다. ‘이 아무일 없음’의 징후들이, 한 번의 대재난을 향한 하인리히적 임계점을 향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음을 모르는 채로 말이다.
이것이 음주운전과 하인리히 법칙의 절묘함이다.
하지만 어느 날 그 ‘큰일’이 닥치면 그냥 단속에 걸리는 정도의 곤란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하인리히 법칙이 무서운 이유이고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할 대목이다.
한 번의 음주운전 꼬리표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인생의 성적표로 남게 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