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사회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사회 역시 양극화 문제가 우려할 수준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중간계층이 줄어들고 상위계층과 하위계층만 늘어나거나, 상위계층은 점점 형편이 좋아지고 하위계층은 점점 형편이 나빠지는 사회적 양극화 현상은 더 이상 시장원리에만 맡겨 놓을 일이 아니다.
노동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88세대’라는 자조적인 말이 등장한지도 이미 꽤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 그 이후 노동시장의 고용상황이나 여건이 개선되었는가? 오히려 일자리 부족으로 고용상황은 더 나빠졌고, 비정규직은 고용행태의 하나로 굳어졌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률 70% 로드맵’을 핵심국정과제로 수립·추진, 2014년 기준 역대 최초로 고용률 65%를 돌파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시장에서 전반적인 고용개선의 추세에도 불구, 국민들은 그 변화의 온기를 실질적으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국민들이 그 온기를 실질적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서 우리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맞닥뜨리게 된다. 현재 우리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고령층과 청·장년층, 남성과 여성 그리고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로 양분된 전형적인 이중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이중구조 하에서는 노동시장의 주체인 근로자와 기업이 어디에 속하고 있는지에 따라 소득과 빈부의 격차가 생기고, 그 격차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어 종국에는 그들의 삶의 질 자체가 결정되어 버린다. 이러한 고질적 이중구조 하에서는 ‘일자리창출→소득분배개선→내수진작와 경제활력제고’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는 없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노동시장 구조개선문제의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하여 지난해 9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통상임금, 근로시간, 정년 등 우선현안과제에 대해서는 올해 3월말까지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낼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그런데 노사는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비장감마저 가지고 있는 듯 진영논리에 사로 잡혀 자기합리화와 서로를 비판하기에 급급하다. 이렇게 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와 합의가 될 리 없다.
노동계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따라 양산된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자본의 책임으로 돌린다. 경영자들이 매출액, 당기순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정규직의 고용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대규모 노동조합이 막강한 교섭력을 가지고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 등을 쟁취하기에 기업이 국제시장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값싼 노동력, 즉 비정규직을 공급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과보호되어 있는 정규직들의 양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양자의 주장 모두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노사정은 먼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의 주체인 노사정이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반드시 해결하여야 할 숙제이며, 더 이상 늦출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꼭 인식해야 한다. 이제와 그 원인을 상대진영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공방이자 시간낭비일 뿐이다.
노동시장의 주체가 상생협력을 통하여 동반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사회양극화 문제의 해결과 경제선순환구조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에 따른 장래의 고통은 노동시장 주체인 노사는 물론 나아가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며, 기존의 이중구조의 틀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한 미래 국민행복시대를 꿈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제까지 ‘청년고용절벽’이라는 비아냥거림을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노사정이 미래와 후세대를 위하여 고통을 분담하는 지혜를 모으고 양보와 희생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까운 ‘골든타임’은 계속 허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