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혼자 존재할 수 없다. 아무도 따르는 사람이 없다면 리더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라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리더는 항상 ‘따르는 사람들’의 존재를 존중해야 한다. 나폴레옹은 한발 더 나아가 이런 말을 했다. ‘지도자는 희망의 상인이다.’ 리더십에 관한 수많은 말 중에 가장 멋진 말로 기록되고 있는데, 지도자는 따르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제(23일) 91세로 타계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바로 이런 지도자 중 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리 전 총리는 ‘희망’ 말고도 ‘변화’라는 생존법도 국민들에게 심어준 것으로 유명하다. 작은 섬 싱가포르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앞서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변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불가능하다’며 이끌고 나가서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지금도 리 전 총리를 ‘변화의 리더십’을 갖춘 국부라 부르는 이유다.
1959년 싱가포르 정부 첫 출범 이후 리 전 총리가 사활을 걸고 추진한 ‘깨끗한 정부, 부패 없는 정부’는 지금도 싱가포르의 상징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리 전 총리의 ‘결단의 리더십’이라 불리는 ‘부정부패와의 전쟁’이다.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청렴지수 세계 5위의 반열에 올라선 것도 이 때문이다.
‘원칙에 철저한 리더십’ 또한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총리 재임 31년 동안 전용기를 이용한 적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지금도 싱가포르 공연장에는 고위 관료들을 위한 특별석이 있지만 철저히 관료들에게만 개방된다. 가족은 일반석으로 가야 한다. 원칙에 철저한 그의 리더십 덕분이다.
리 전 총리는 인재 등용에 관해서도 파격으로 일관했다. ‘능력과 업적 위주의 리더십’이라 불리는 이 같은 소신으로 인해 싱가포르 정부의 중앙부처 국장에 20~30대가 즐비하다. 뿐만 아니라 연공서열이나 명령 체계가 생명인 군부의 참모총장급 지도자 중에도 40대 전후의 지휘관이 수두룩하다. 덕분에 지금도 군대의 지휘관이나 공무원도 능력이 없으면 진급할 수 없는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국가 경쟁력 1위의 바탕이기도 하다.
리 전 총리의 이 같은 리더십들이 싱가포르의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안정’의 기틀을 다지고 1인당 국민소득 5만4000달러(약 6100만원)에 달하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부국으로 이끌었다 할 수 있다. 역시 시대가 인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 시대를 만드나 보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