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란 것의 생김새는 한마디로 자립적이다. 그 흔한 못 하나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벌어먹고 산다. 단지 자연이 선사한 소나무의 팔 한쪽과 다리 한쪽이면 만족했다. 그렇게 만든 지게를 우리 아버지들은 등에 지고 일터로 고된 밥벌이를 하러 나가셨다.
그렇게 살았던 우리의 아버지들, 아니 우리 모두가 요즘 많이 힘들다. 짊어진 지게에 기대어 힘겹게 살아온 지난 인생이 휘청거린다. 예고 없이 찾아온 사건사고로 몸이 다치고, 재산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짓을 해보지만 남 일이라며 등 돌리는 사회가 된지 오래다.
이런 어려움을 경찰이 함께 하기 위해 올해를 ‘피해자보호의 원년’으로 삼았다. 피해자를 세심하게 보듬고, 살피면서 피해자들이 인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할 전담부서를 꾸렸다.
러시아의 대문호인 톨스토이가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때 한 걸인이 톨스토이를 알아보고 두 손을 내밀어 도움을 요청했다. “위대하신 작가 선생님,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톨스토이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다. 그러나 그의 주머니에는 단 한 푼도 없었다. 그는 걸인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래서 걸인의 손을 덥석 잡으며 용서를 구했다.
“미안하오. 내가 가진 것이 없구려.” 톨스토이는 한참 동안 걸인의 손을 잡았다. 맞잡은 손에 뜨거운 액체가 떨어졌다. 그것은 걸인이 흘린 감격의 눈물이었다.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은 제게 돈보다 훨씬 소중합니다. 지금까지 제게 돈을 던져주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그러나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돌봄을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 작은 사랑 한줌으로도 눈물을 자아낼 만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넘어진 지게를 일으켜 세워주고 함께 걸어갈 이웃이 필요한 때에 우리 경찰은 깊게 패인 피해자의 주름진 얼굴을 마주하며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범죄로 인해 생긴 마음의 상처가 온전히 치유되는 그 때까지 돌보아야 겠다며 매순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