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도 미술관이 건립된다. 미술인의 한 사람으로 얼마나 기쁘고 멋진 일인가! 6월에 어떤 모습으로 완공되고, 10월에 어떤 작품, 기획으로 전시되고 개관될 지 궁금하다.
그러나 지금 수원은 미술관 명칭을 놓고 논란 중이다. 물론 명칭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 한 가지로 미술관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관하게 되는 미술관은 수원시 부지에 건축은 현대산업개발에서 부담해 기부 채납하는 형태로 문을 열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건축비를 부담하는 현대산업개발이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 명칭 사용을 양보하지 않고 주장하는데서 발생했다. 물론 수원시도 현대산업개발 측에게 건축비를 기부 채납받는 조건으로 ‘아이파크’ 명칭 사용을 수락한 것으로 안다. 양측의 약속에 의해 수원시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으로 정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공공성을 띤 미술관에 특정 회사의 브랜드 명칭 사용은 기업을 홍보하는 행태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원미술협회와 수원예총은 현대산업개발에서 자사의 브랜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미술관에 지속적인 지원을 할 것이란 기대로 브랜드 사용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세계적인 미술관을 보면 스페인의 ‘구겐하임미술관’은 솔로몬 구겐하임이 수집한 현대미술품을 소장작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 명칭을 정했고, 프랑스 ‘퐁피두 미술관’은 프랑스 대통령인 조르주 퐁피두에서 유래됐다.
또 미국 뉴욕에 있는 ‘모마미술관’은 Museum Of Modern Art의 앞 자를 따서 정했고, 일본 가나자와시에 있는 시립미술관의 명칭은 대중을 의식해 굳이 ‘가나자와시립현대미술’이란 무거운 이름은 피하고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나라 공공미술관은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명칭인 국립·도립·시립미술관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수원미술관의 명칭에 기부 채납한 기업체의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사용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궁금하다. 수원에도 기부 채납해 기업의 명칭을 사용한 공공건물이 여러 곳이 있다.
‘수원SK아트리움, 수원야구장 ’케이티위즈파크’, ‘선경도서관’ 등이 있다. 왜 미술관 이름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세계문화유산인 화성행궁 앞이라 문제가 된다면 그것 또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기부 채납은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긍정적 기부문화이며 또한 기부채납 자체가 기업이 꼭 실행해야 하는 의무 사항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부채납하면서 브랜드 명칭사용을 요구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닌 듯하다.
이젠 소모적인 논쟁은 끝내고 콘텐츠에 대해 고민할 때다. 방문객에게 즐겁고 기분 좋은, 머물고 싶은 그리고 다시 오고 싶은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관련된 모든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다.
수원시에서는 미술관 명칭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으로 확정지어 발표했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아이파크’를 ‘I park’로 인식하든 ‘I’를 ‘Innovate’로 인식하든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혁신적이고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아름답고 희망찬 나의 미술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