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언론을 통해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라 함은 개인이 사회적 관행이나 타인에 의해 강요받거나 지배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지나 판단에 따라 자율적이고 책임있게 자신의 성적 행동을 결정하고 선택할 권리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이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근거로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에서는 형법 제241조에 의한 간통죄가 62년만에 폐지되었다. 간통죄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1953년 제정된 간통죄를 둘러싸고 존치론과 폐지론으로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었다. 존치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함으로써 가정과 그 가정을 지키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간통죄는 존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온 반면, 폐지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하며 사생활의 자유도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주장해 왔다.
사실 간통죄의 합헌논의는 오래된 이야기다. 첫 헌법재판은 1990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헌재는 당시 간통죄에 대해 첫 합헌결정을 하면서 ‘간통죄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즉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와 가족생활 보장,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를 지키기 위해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헌재는 1993년 3월 간통죄에 대한 헌법소원 판결에서도 ‘1990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며 기각했으며, 2001년 10월 판결에서도 간통죄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의 법의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논리가 우세하다고 보고 합헌 8 대 위헌 1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2008년 10월 판결에서는 양상이 달라졌다. 헌재는 간통죄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기는 하지만 입법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는 합헌의견과, 성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이 변화했으며 간통은 도덕적으로나 비난받을 행위라는 점에서 위헌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다가 결국 합헌으로 판결이 났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5년 헌재는 2대 7로 간통죄에 대해 헌법에 위배된다는 위헌결정을 내렸다.
간통죄 폐지로 인해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해 온 여성들에게 그나마의 방패막이도 없어졌다며 불안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가정이야말로 부부간의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평등한 관계가 기반이 되어야 하며, 이미 사랑과 신뢰가 무너진 부부관계에서 단지 ‘가정’이라는 겉모습만 유지하려 하는 것은 양성평등 가치에 역행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데 최근 간통죄 폐지와는 아주 다른 차원의 ‘성적 자기결정권’ 논란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4월13일 헌법재판소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특별법) 제21조제1항에 대한 심판 변론을 공개하고 본격 심리에 들어갔다.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처한다’는 법 규정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직업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자발적 성매매 성노동자와 업주들의 모임인 ‘한터전국연합회’에서는 성매매가 ‘성적 자기결정권’에 따른 행동이므로 자발적 성매매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여 자발적 매춘 여성을 처벌하는 성매매특별법을 폐지하라는 주장이다.
헌재가 간통죄를 성적 자기결정권 등을 잣대로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처럼, 사람 사이의 사랑이 전제되지 않는 금전적 목적의 성매매행위를 성적 자기결정권의 차원에서 바라볼 것인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