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원구식
너처럼 흔한 여자도 없다
너는 이쁘지도 밉지도 않다
아무리 씻어도
네게선 장부의 냄새가 난다
내 젊은 영혼이
머나먼 전장으로 끌려나갈 때
길 옆에 늘어서서
살아서 돌아오라고
죽지 말라고 손수건을 흔들어 주던 너
어젯밤에도 그젯밤에도
나는 목이 터져라 군가를 불러댔고
너는 내 지갑을 훔쳤다
다시는 기억하지 않으리라
너의 역겨운 화장품 냄새
싸구려 한복과 유행가 소리
다짐에 다짐을 했었지
그러나 내가 세상에서 패배하여
말할 수 없이 비참한 몰골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신작로 옆에서 너를 만났을 때
나도 몰랐다
네가 이리도 큰 위안이 될 줄은
코스모스, 너는 세상을 공평하게 하는 힘!
수구초심 고사성어가 일어난다. 고향은 누구나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다. 숨기려해도 고향에 가면 자신의 모습이 기억난다. 일상에서 상처를 입은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으면서 숨겨버리고 싶은 과거의 소중함을 성찰한다. 코스모스는 처량한 꽃이다. 지울 수 없는 상처 어쩌면 우리들의 가장 정직한 모습이 아닌가 한다. 반면 우리를 소생케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박병두 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