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붐바이에 가면 색다른 관광상품이 외국인을 유혹 한다. 아시아 최대 빈민촌 다라비 슬럼을 방문하는 두시간짜리 투어가 그것이다. 가격은 약 200루피, 우리나라돈으로 4800원을 내면 가이드의 안내로 100만명이 거주한다는 슬럼가 구석구석을 둘러볼수 있다. 일종의 체험여행인 슬럼투어는 인도 말고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호싱야, 케냐 나이로비의 키베라등 제3세계의 거대한 슬럼가도 인기 있는 장소로 꼽힌다.
인기의 비결은 유적지나 명소 위주의 관광 코스와 차별화된 문화 체험이 가능하다는 이유다. 따라서 유명 슬럼가는 해마다 2만명에서 5만명이상의 관광객이 몰린다. 세부적인 프로그램도 ‘슬럼가 주민의 집에서 하룻밤 자보기’ '슬럼가 공터에서 축구해보기’ 등등 다양하다.
1992년 브라질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슬럼투어는 1880년대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매우 오래다. 당시 호기심 많은 영국 런던 귀족들이 자선을 명분 삼아 경찰의 호위 아래 슬럼가를 둘러보던 것이 시초라는 것이다. 특히 이들의 호기심은 매우 대단해서 런던과 뉴욕의 슬럼가를 비교할 정도 였다고 하는데 뉴욕에선 이들을 고객으로 붙잡기 위한 여행사가 등장했고, 슬럼 가이드책자까지 제작했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모든 것이 돈으로 연결 되고 가난도 상품이 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가난(Poor)과 관광(Tourism)을 합성해 푸어리즘(Poorism)이라고도 하는 슬림투어는 말 그대로 가난한 이들의 생활을 직접 보고 공감을 느끼기 위한 관광이지만 논란도 만만치 않다. 가진자들의 자기 만족을 위한 관음증이라는 비판과 가난을 상품화한 까닭에 해당 주민의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된다는 여론이 있어서다.
최근 인천 동구청이 괭이부리마을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오면 쪽방촌에서 1만원에 1박을 할 수 있도록 ‘쪽방촌 체험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가 전면 백지화 했다. 슬림투어라는 지역사회의 강한 반대 여론에 부딪친 결과 라고 하는데, 근본적 빈곤 해결을 미룬채 가난을 상품화한 공무원의 책상머리 발상, 야단맞아도 싸다. /정준성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