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대표 과일이라 하면 단연 수박을 꼽을 수 있다. 여름이 되면 시골 할머니 댁에서 온가족이 원두막에 옹기종기 모여 시원한 수박 한 조각을 베어 물던 그때 그 시절이 가끔 생각난다. 속이 빨간 달콤한 과육을 크게 한 입 베어 물면서 무더위를 잊곤 했다. 수박은 참외, 오이, 호박, 멜론 등과 같은 박과채소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서양에서 모두 여름을 상징하는 대표 과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기능성분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선호하게 되면서 건강채소의 대표 격인 박과채소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박과채소라 함은 1년생 초본(풀)으로서 덩굴성 식물을 말하는데, 오이, 수박, 참외, 멜론, 호박, 여주, 수세미 등이 이에 해당되며, 특히 여름철에는 갈증해소와 피로회복을 위해서 수박, 멜론 등의 소비가 많은 편이다.
수박은 수분 함량과 리코펜이라는 기능성분 함량이 높으며, 수박에 들어있는 포도당과 과당은 지진 몸의 피로회복에 좋다. 또한 산행을 할 때 누구나 꼭 하나씩 들고 가는 오이는 수분과 칼륨성분이 많아 갈증 해소는 물론 상큼한 향기까지 있어서 기분까지 좋게 해준다. 멜론은 식감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으며 향기가 매우 풍부하고, 참외 또한 아삭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향기가 물씬 풍기기 때문에 한 잎 먹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한의학에서는 박과채소를 대체로 수분이 많고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열을 식히고 수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신장 기능을 튼튼하게 하며, 체질별로 보면 대개 신장이 약하고 위장에 열이 뭉치기 쉬운 소양인과 간장에 열이 뭉치기 쉬운 태음인의 약재 혹은 식품으로도 사용한다고 언급되어 있다.
이렇게 쓰임새가 많다보니 박과채소는 국내 채소 생산액 중 약 40%를 차지할 만큼 매우 인기가 높다. 이용 형태를 보면 과실을 주로 후식 또는 간식으로 이용하는 종류로는 수박·참외·멜론이 있고, 반찬으로는 오이·호박, 피부 미용으로는 오이, 건강식품으로는 여주·수세미오이·늙은 호박 등이 있다.
특히 박과채소의 기능성분에 대해서는 1세기의 중국문헌에도 동아, 김치참외, 박, 뱀오이가 약용으로서 치료에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고대로부터 여러가지 질병의 치료용으로 사용됐다. 박과채소의 성분 중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성분인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은 쓴맛이 나지만 주로 소화기에 작용해 하제, 구토, 구충(驅蟲)에 효과적이며 항암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박과채소의 종자에 함유된 성분은 회충약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면역강화 특성이 있어 독사에 물렸을 때 해독제, 비듬제거제 등으로도 이용해 왔다.
최근 수세미오이 줄기의 수액은 기침, 아토피, 보습효과 및 염증 완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어 호흡기 계통의 의약품과 화장품 제조에 이용되고 있다. 또한 여주의 카란틴 성분은 당뇨개선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분말이나 차로 가공해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동아도 기능성 음료, 동아쨈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성분을 가진 박과채소. 종류가 많은 만큼 수박처럼 친숙하게 우리 일상에 자리잡기까지는 시일이 다소 걸릴 것이다. 그러나 사시사철 박과채소를 가까이 둔다면 골라먹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가족 건강까지 챙길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