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의 노동시장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노동시장 양극화이다. 그런데 이러한 양극화의 중심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및 근로조건 등에서의 격차 문제와 비정규직의 고용불안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비정규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라마다 다르고 불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고용기간을 정하지 않은 고용관계를 맺고 법정 근로시간인 1주 40시간의 전일제 근로를 하면서 고용계약을 체결한 고용주의 사업장에서 통상의 방식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를 정규직으로 보고 이와 다른 근로형태를 비정규직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우리나라에서 보고 있는 비정규직의 범위가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들에 비해 훨씬 넓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은 기업들이 생존전략 차원에서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고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97년 IMF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들이 고용조정과 함께 다양하고 새로운 경영혁신 기법을 도입하면서 기간제 근로, 단시간 근로, 파견근로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을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2015년 3월 현재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수는 607만 7천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2.4%에 달하고 있고,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정규직 시간당 임금을 100으로 보았을 때 64.2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는 성·연령·학력·근속년수·직종 등과 같은 인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보면 정규직의 95.7% 수준이라는 학계의 연구 결과가 있음은 유의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산재보험을 제외한 여타의 사회보험과 상여금 및 퇴직금의 적용률도 정규직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간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관련 법률을 제·개정하는 등의 제도적 정비와 함께 수차례의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해오고 있으나, 여전히 비정규직의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불합리한 격차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기업들이 급격한 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력운영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도 일·가정 양립 등 개인적 필요에 의해 정규직으로 일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므로 비정규직의 활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비정규직을 지나치게 남용하거나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이 문제가 되므로 이러한 점은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와 대기업·유노조 기업의 고용경직성에도 원인이 있으므로 이를 완화하고 노사간 상생협력의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 방향 하에서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우선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가급적 정규직이 고용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이 솔선하는 한편 민간부문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지원제도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에 발생하고 있는 근로조건상의 불합리한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현행 차별시정제도를 보다 실효성 있게 보완하고, 차별개선에 대한 지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고용기간이 2년으로 제한됨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고용이 종료되는 부작용을 해소하고 인력운용의 탄력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사가 합의한 경우에는 기간제한의 예외로 인정하는 법 개정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불법파견이 적발될 경우에는 파견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토록 하는 등 엄격한 제재를 가하되,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서는 파견허용 업무를 확대하는 등 시장의 수요에 부합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아울러 무분별한 사내하도급의 확산을 방지하고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관련 법 제정과 함께, 원청 사업주의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