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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송이, 이 능이, 삼 표고’ 라는 말이 있다. 수많은 버섯중 맛과 향이 가장 뛰어나다고 해서 붙여준 서열이다. 그중 으뜸인 송이는 독특한 맛과 향으로 예찬하는 시와 노래도 많다. 조선시대 문인 매월당 김시습은 이렇게 읊었다. “고운 몸은 아직도 송화향기 띠고 있네/희고 짜게 볶아내니 빛과 맛도 아름다워/먹자마자이빨이 시원한 것 깨닫겠네/말려서 다래끼에 담았다가/가을되면 노구솥에 푹푹 쪄서 맛보리라”

영약으로 꼽힐 정도로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은 것도 송이의 특징이다. 동의보감에는 ‘향기롭고 산중 고송의 송기를 빌려서 난 것이라, 나무에서 나는 버섯 가운데으뜸이다’라고 적고 있다. 또 삼국사기엔 신라 성덕왕 3년에 송이를 왕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는등 예로부터 임금 진상품으로 첫 손가락에 꼽혔다. 깊은 산중에서 늘 푸른 소나무 밑에 몸을 숨기고 있어 ‘고고한 은둔자’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송이는 추석을 전후한 한달 동안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귀한 버섯이다. 그리고 반드시 적송(赤松) 아래서만 난다. 조선 시대에는 서울 남산 밑에서 나는 것을 최고로 꼽았다. 또 양주의 망월사 것도 상품으로 쳤다. 이곳 토질이 좋아서 송이가 단단히 여물어 그렇다고 한다. 지금은 경북 봉화, 영주, 울진, 문경, 상주와 강원도의 양양, 인제, 명주, 삼척 등지에서 많이 난다. 북한도 유명한 송이산지가 여럿 있다. 함경북도 명천 칠보산도 그중 하나인데 지난 2000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측 인사들에게 추석선물로 보낸 송이 3백 상자도 이곳에서 채취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송이는 중국에서도 나오지만 한국산이 단연 최고다. 윈난성 등에선 당송이나 백송 뿌리에서도 자라는데 맛과 향이 한국산을 따라오지 못한다. 장백산 송이라 부르는 만주산 송이도 한국산보다 질이 떨어져 상대가 되질 않는다. 이런 가을진객 송이버섯이 올해도 구경하기가 힘들 전망이다. 봄부터 계속된 가뭄과 여름철 이어진 불볕더위로 생산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워낙 귀한 것이라 서민들에겐 풍·흉년에 관계없이 ‘그림의 떡’이지만 매년 선물로 받아온 높은 양반(?)들 그 아쉬움은 어찌하나.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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