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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

/박해람

울음으로 한 시절을 사는 존재가 있다고

오동나무는 장롱으로

굴참나무는 흔들려서 그 상상의 임신을 떨어뜨리는 여름

껍질에만 붙었다 가는 손님이 있다고

다 털었으니 이제 가을비 깊어 가겠다고, 사라지겠다고



울음이 한 계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뒤이어 침묵이 또 한 계절을 어루만지며

나무에 빈 껍질이 굳건히 매달려 있다

이 몸의 껍질이 키운 울음이 여름 내내

숲을 흔들었다고

그 몸도 이제는 텅 비어 그늘에 떨어져 말라 간다고.

개미 떼가 텅 빈 울음의 집을 끌고 간다

울음이 다 빠져나간 몸은 더 무거워졌다

날개를 갖고 있던 울음

허공의 주소를 갖고 있던 울음이 다 빠져나간 몸

얼굴이 아니라 몸으로 우는 것들에겐

그 흔적 또한 몸이라고



울음소리는 그새

저 먼 곳까지 날아가고 있다



내 껍질에만 붙어 울던 한 울음이 있었다고

이제 내 울음에는 날개다 없다고.



- 박해람 시집 ‘백 리를 기다리는 말’/민음사208

 

 

 

매미는 한 여름 울다가 사라지는 존재다. 겨우 여름 한철 울다 가려고 7~8년 동안 땅속에서 울음을 충전한다. 충전한 울음으로 여름을 소비한다. 나무에 기어오르면서 울고 나무를 껴안고 울고 날아오르면서 울고 창문 방충망에 붙어서 울고 짝을 찾으면서 울고 짝의 몸을 간질이면서 울고 입을 맞추면서 울고, 우는 일이 사는 일의 전부다. 울음 배터리가 다 소비되면 몸은 텅 빈다. 텅 비어버린 울음의 허물. 매미 껍데기가 베란다 밖 창틀에서 버석버석 말라가고 있다.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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