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숲속의 가을단풍이 우리를 반긴다. 우리는 그동안 ‘자연을 사랑해야 한다.’ ‘숲을 소중하게 생각해야한다.’와 같은 말을 많이 들어왔고 이를 실천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도덕적인 관념에만 그칠 뿐 요즘에는 실생활과 연결되어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흔치 않다. 그래서 좁게 보면 ‘숲’ 넓게 보면 ‘자연’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금 짚어 보려한다.
가장 먼저 숲의 ‘전통적 기능’이라고 불리는 것들부터 살펴보자. 숲의 전통적 기능에는 국가 생태계 보전, 방풍기능, 토사유출 방지의 기능, 자연댐으로서의 기능, 기상이변으로 인한 산림재해 예방, 휴양의 기능 등이 있다. 뭐하나 허투루 넘어갈 수 없는 중요한 기능들이지만 우리가 생활 속에서 직접적으로 혜택을 받는다고 이해하기 쉬운 건 단연 휴양기능이다. 이는 현대로 갈수록 더 부각되는 기능이라 보기도 한다.
이와 같이 숲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탄소절감에 일등 공신으로 지구온난화를 예방하고 여름을 여름답게, 겨울을 겨울답게 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때로는 문화의 기본 원천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프랑스와 독일 같은 나라에서 그 나라의 숲은, 생활은 물론이고 그 나라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절반이상인 약 63%(634만㏊)가 녹색빛으로 뒤덮인 대표적인 산림국가로 실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국 가운데 네 번째로 넓은 산림면적을 차지하고 있어, 산림이 주는 가치가 직·간접적으로 국가경제에 꽤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많은 혜택을 주는 숲이 노력 없이 형성된다는 생각은 반드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 민둥산이 노력으로 울창한 숲이 될 수도 있고, 관리하지 않은 너무 늙은 숲은 퇴행천이를 거듭하다가 쓸모없는 숲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숲은 아주 오랫동안 끊임없이 성장해가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숲 조성의 효과는 최소한 30년이 지나면서부터 그 영향력이 제대로 나타나는 긴 안목이 요망되는 미래형투자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하여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함을 명심하자.
프랑스 파리의 경우 도시라는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숲으로 둘러 쌓여있다. 산업화의 혼란기 시절 숲 대부분이 파괴되거나 손상되었다. 하지만 이후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버려진 농토가 늘어나자 그곳에 꾸준히 나무를 심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는 중세시대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울창함을 되찾았다고 한다. 한편, 독일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혹독한 경제적 고통을 겪었지만 숲만큼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온국민이 한마음으로 지킨결과 오늘날 독일의 숲은 농림축산업을 안정시키는 산업기반이 되었고 그와 같은 기반위에서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
아직 건강한 숲을 조성하기 위한 우리가 갈 길은 멀다. 예산과 관심부족으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숲이 부지기수로 많다. 빽빽한 숲을 보며 마음을 놓기에는 아직도 한 그루의 나무가 절실한 시기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한 그루의 나무를 심기 위해 삽을 들 수는 없더라도 숲과 나무에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숲은 국민 삶의 질의 척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