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경기도청으로부터 구리시 부시장으로 부임하라는 인사발령을 받고 필자에겐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는데 바로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조성사업’때문이었다. 10조원의 막대한 외자가 투입된다는 이 사업을 전국에서 가장 작은 도시인 구리시가 독자적으로 해내기는 벅차다 못해 허황돼 보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이 사업은 온갖 불법과 비리로 얼룩져 있다는 비방성 유언비어까지 나돌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걱정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1년간 구리시 부시장으로 재임해 오면서 시가 이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찾지 못했고 오히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유’만 찾았을 뿐이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조성사업이 반드시 추진돼야 할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 때문이다. 구리시에는 변변한 기반산업이 없어 지역경제가 날로 쇠퇴하고 있다는 우려로 시민들은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를 견인할 기반산업 유치를 적극 희망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리시는 노후화된 도시 인프라를 시급히 개보수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를 위한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설상가상으로 경기악화로 인해 세원이 감소해 자체예산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주민복지를 축소해 예산을 마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대한 현실적 해법은 단연코 국내·외기업을 유치,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자체 세원을 확대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는 2천여개 글로벌 디자인 기업들을 유치해 연중 30회 이상의 대규모 디자인엑스포, 트레이드 쇼 등을 개최하고 연간 180만 명의 국내·외 방문객과 11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한다.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재정 강화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묘수’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중앙정부나 도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구리시가 구상하는 청사진대로 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까지 그런 외자유치 성공사례가 없었다는 점에 빗대어져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조성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피할 수 없었다. 그간 이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은 외국인투자자들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땅을 값싸게 분양받아 이를 제3자에게 비싼 값에 되팔면서 발생하는 막대한 시세차익만 챙기고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속칭 ‘먹튀’에 대한 의심였다. 국토교통부는 그린벨트 해제의 조건으로 이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고 행정자치부도 이와 유사한 주문을 해옴에 따라 시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먹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수차례에 걸쳐 각인시켰다. 그럼에도 그들의 투자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했으며 3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투자협약서’에 흔쾌히 서명했다. 이 사업을 역점으로 추진해온 전임 시장이 최근 대법원의 판결로 직위를 상실하고 자리를 비웠건만 외국인투자자들은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굳은 입장을 밝혀왔다. 또한 토지분양 절차가 장기화 될 경우, 토지수용 및 부지조성 비용에 대한 이자비용이 시 재정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상황에 대비, 시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 토지매각 대금의 완납시기를 명확히 정할 것을 요구했고 현재 이를 조율 중에 있다. 이 정도면 외국인투자자들의 진정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얼마 전, 감사원은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조성사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통보해 왔다. 감사원은 일부 미흡한 점에 대한 향후 조치만 주문했을 뿐, 그 어떤 비리도 밝혀지지 않았고 큰 흠결도 없었다. 이번 감사결과가 시 실무직원들이 이 사업을 착실히 잘 준비해왔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중앙정부의 입장에서는 국책사업에 버금가는 초대형 사업을 작은 도시가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왠지 못미덥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겠지만, 막대한 외자가 조속히 유치돼 국가와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도 차원에서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의심치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