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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전통시장 활성화 핵심은 상인들의 노력

 

지난 2000년, 20년간 다녔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무엇을 하면서 남은 인생을 꾸려갈까 고심하던 중 전통시장을 떠올리게 됐다. 그곳이라면 지인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부탁하지 않아도 되고, 노력한만큼 정직하게 돈을 벌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광명전통시장 상인이 됐다.

처음 몇 달간은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저 주위 분들과 친해지려고 대화를 많이 시도했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인분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됐지만 상인분들이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고 때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삶은 대부분 짬이 없다. 새벽시장을 가야하는 청과, 수산 및 기타 업종의 경우에는 저녁 10시쯤 가게문을 닫고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진 뒤 새벽시장을 간다. 물건을 구입해 가게로 다시 와서 적치한 후 귀가해 3~4시간의 잠을 자고 다시 가게 문을 연다. 다른 업종들도 이처럼 하루 12시간이 넘게 영업을 한다.

상인들이 전부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주말도 휴일도 없다. 또한 명절도 없다. 쉬는 날이 거의 없고 식사도 매장에서 대충 해결한다. 반복되는 고된 생활 속에 몸도 지치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그러다보니 고객들에게 불친절한 경우가 생긴다. 물론 싸우는 이유를 보면 상인들 잘못이 더 많다.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 조금 더 참고 친절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들도 문제가 있다. ‘고객은 왕’이라는 말도 있지만 상인들도 사람이다.

대형마트 직원들에게는 그런 대접을 하지 않으면서 상인들에게는 함부로 말을 하거나 무조건 깎아달라고 하고 생물인 과일이나 생선은 고를 때 조심해야 함에도 불구, 그러지 못하니 싸움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번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싸울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상인회장이 되었다. 책임감이 생기다보니 전통시장 상인분을 한데 뭉치기 위해 고민에 들어갔다. 우선 상인이 행복한 시장을 만들어 팍팍한 삶에 조금이나마 위로와 휴식을 드리고 싶었다. 그러던 중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통해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하모니카, 합창, 댄스스포츠, 팝(Pop), 수화동아리 등이 결성됐다. 동아리 활동으로 그치지 않고 가족분들과 지인들을 초대해 발표하는 광명전통시장 문화의 밤도 진행했다. 참여하셨던 분들이 새로운 자부심과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이 열리니 상인회가 진행하는 사업에 적극 동참하게 됐다. 지금은 시장에 활력이 느껴지고 있다. 이밖에 독거노인 쌀 및 반찬배달 봉사, 고객들을 위한 무료 차(茶) 제공, 여름철 미꾸라지 잡기 행사, 크리스마스 산타 행사 등등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고객 편의를 위해 고객쉼터 내 물품보관함도 만들었고, 시장 내 세곳에 정정당당 저울도 설치해 신뢰감도 높였다.

친절교육도 하고 선진시장 견학도 다녀오며 상인들의 역량 강화에 힘쓰고는 있지만 변하지 않는 몇몇 분들로 인해 시장의 이미지에 타격을 받고 따가운 눈총을 받을 때도 종종 있다. 그런 분들은 결코 교육장에 오시지도 않고 상인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전통시장이 활성화되어야 본인 점포도 활성화되는데 혼자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안다. 각종 지원사업을 펼친다고 한들 상인들이 바뀌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전통시장은 이용하기에 다소 불편하다. 날씨에 영향을 받고 다소 비위생적으로도 보인다. 마트처럼 친절하지도 않고 신용카드 사용도 불편하지만 전통시장이 없어진다고 생각해보자. 그 또한 불편함이 생길 것이고 대형마트는 경쟁자가 없어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그것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일자리도 줄 것이고 지역 경제에도 큰 손실이 생길 것이다.

예전 엄마 손잡고 따라다녔던 어릴 적 추억이 있는 곳, 일상에 지쳤을 때 시장에 가보면 활력을 느끼고 위안이 되던 곳, 이런 저런 이유로라도 전통시장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한번 사라진 전통시장은 다시 생겨날 수 없다. 상인들도 많은 변화를 추구해 사랑받는 전통시장으로 거듭나야 하겠지만 고객들의 생각도 조금은 바뀌었으면 좋겠다. 어느 것이 우선인지 따지기 전에 서로 조금씩 생각과 행동이 바뀌어 정을 나누는 곳으로 거듭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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