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는 지난 1월 8일 가남읍을 시작으로 지난달 28일 오학동까지 12개 읍·면·동의 ‘시민과의 대화’를 마쳤습니다. 1월 중순부터 시청 뒤 남한강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는데 시민과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먼저 읍·면·동의 어려운 가정을 찾았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외롭고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들을 방문하여 위로의 말씀과 작은 선물을 드렸습니다. 사회보장기본법에서 제외된 이분들의 사정은 참으로 딱합니다. 목민(牧民)의 근본이 애민임에도 따뜻하게 손 한 번 잡아주는 일밖에 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선진국이 된다고 해도 사회적인 약자는 언제나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이분들을 위한 안전망이 빠르고 넓게 갖춰지기를 고대합니다.
다음은 산북면에 있는 옹청박물관을 찾아보았습니다. 이곳은 천주교의 과거와 미래를 통해 한국 전통문화의 예술성을 나전칠화로 표현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또 한국천주교의 요람인 주어사(走魚寺) 등과 연관된 작품도 보입니다. 지역문화가 이제 다양함을 수용하는 여력이 있다는 마음에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민원은 언제나 편리함의 추구에서 출발합니다. 생활하면서 느낀 불편을 해결하려는 것이겠지요. 해결에는 언제나 예산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시청의 재정은 한정되어 있지요. 따라서 중요하고 시급한 곳인지를 고르는 일이 공무원의 역할일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사정을 모르면서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도 합니다. 자신의 문제를 시청에서 가장 먼저 해달라는 것이지요. 시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도 결국 수십, 수백 가지의 문제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또한 시급하지만 중요하지 않거나, 중요하지만 시급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기에 순서가 뒤로 밀리는 사정을 그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또 다른 유형도 있습니다. 주장하는 문제를 자세히 들어보면 최종 목적이 자기재산을 보호하거나 증식하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중요성과 시급함을 떠나 아예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이러한 여러 민원을 정해진 도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설계입니다. 설계에서 가장 우선하는 것이 현장입니다.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은 모든 문제해결의 시작과 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무원은 현장을 통해 소요되는 예산액과 파급효과는 물론 설치되는 시설물에 따른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설계를 읍·면·동별로 각자 한다면 단가의 기준과 공정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12개 읍·면·동의 담당 공무원이 같은 장소에서 설계를 하도록 하여 많은 예산을 절감하게 됩니다. 우리시는 이번 합동설계로 인해 2억여원의 비용을 절약하였습니다. 합동 설계에 참여했던 17명의 공직자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들의 노력으로 민원 한 두 곳을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 읍·면·동의 주요 사업장을 찾았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사업의 중요도, 시급성, 수혜대상을 면밀하게 점검했습니다. 그 부분은 저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지역실정을 정확히 익혀야 민원대응은 물론 향후 대규모사업을 이어가거나 예산을 요구하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주민과의 대화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번 주민과의 대화가 작년과 다른 점은 미리 건의사항을 받아 답변하였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많은 시간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일부 주민들로부터 시장과 대화가 부족하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정말로 저를 만나고 싶으신 분은 시장실로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시장실은 ‘시민 사랑방’으로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시민과의 대화를 마치면서 이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답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록 답이 각자의 요구를 모두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에 수긍한다면 정답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