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탈’. 어조가 강하여 정서적 반응이 앞서는 단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군장병이 되겠다는 청춘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군소요 인원의 한계로 입영적체 문제가 작년 한해 큰 화두로 부상하여 정치권에서도 대책을 논의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입영을 원하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얼마나 애가 탔을지 짐작된다. 한편 이러한 심신이 건강한 현역입영 대상자들을 뒤로 하고 병역의무이행 요건에 부적합한 사람으로 판명된 사람들을 관찰하여 군대에 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2012년 4월 18일부로 공식 출범한 병무청 특별사법경찰대의 수사관들이 그들이다. 벌써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의 병역 면탈 사례를 살펴보면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사위행위’와 ‘고의적 신체손상’이 그러하다.
‘사위(詐僞) 행위’란 말 그대로 거짓으로 꾸미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사위행위의 대표적 사례는 허위 정신질환자에 의한 병역 면탈이다. 자신의 신체에 ‘고의적 손상’을 일으킨 자에 대해서는 ‘오죽 군대 가기가 싫었으면 자기 몸에저런 짓을 했을까’ 하는 범죄자의 순수한(?) 우발적 동기에 합의하는 동정론이 자리할 수도 있겠지만 사위 행위에 의한 병역 면탈은 그 질을 달리하여 치밀한 계획 의도가 더하여져 고의성이 더하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이러한 정신질환 면탈 유형이 ‘베르테르 효과’처럼 동조화되는 경향이 있어 그 파급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사위를 저지른다는 것만으로도 제 정신이 아닌 정신적 결함 행위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일반인과 같은 정상적인 직업·사회활동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고약함과 더불어 배신감마저 드는 것이다.
작년부터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신체등위 판정기준이 완화되어 기존 1년 이상의 치료기간을 요하던 명문의 규정들이 6개월로 단축되었다. 징병검사의사는 나름 수검자의 군복무 장애 요인들을 관찰하여 의학지식을 기초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지만 면탈자를 색출해 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진료기록을 근거로 병증을 판단하기에, 정신질환을 위장하려는 자의 내밀한 의도는 이미 1차적으로 진료병원의 주치의를 성공적으로 기망하였기 때문이다. 신체등위 판단의 주요 자료가 되는 진료기록 자체가 허위가 되는 셈이다.
이밖에도 허벅지에 문구용 지점토를 몰래 붙여 체중을 늘리려 한다거나 직원의 눈을 피해 무릎을 슬쩍 굽히는 방식으로 키를 줄여보려고 하는 등, 웃기고도 슬프다는 뜻의 요즘 표현을 빌자면 웃픈 일들도 일어나고 있어 일선 징병검사 업무 종사자들을 몹시 당황케 한다.
이런 점에서 병무청 특별사법경찰관들의 현장 단속 및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수사 활동에 큰 무게감이 실려 있다. 2015년에는 고단한 청춘의 안타까움과 분노를 담은 많은 신조어들이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를 점령했다. 그 중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역행적 사회발전을 질타하는 ‘금수저·흙수저’의 수저론이었다고 한다. 공정성을 담보로 하는 병역에까지 이러한 계층론이 공공연히 회자된다면 병역을 이행한 사람들이 존경받고 우대받는 사회를 만들려고 쌓아온 그간의 모든 관심과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갈뿐더러 위태로워질 국가 안위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는 병신년 원숭이해이다. 재주에 능통한 원숭이처럼 병역면탈 범죄 현장 곳곳에 병무청 특별사법경찰관들의 역동적 활약상을 기대해 본다. 때론 결과물을 두고 질타와 실망의 파고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보일 수 있겠지만, 귀항하는 만선의 기쁨은 행운이 아니라 거친 바다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했던 열정과 의지의 산물이란 역사성을 수사관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되어 있다. 이와 같은 국가 존립의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병역 면탈이 근절될 때까지 ‘공정 병역 지킴이’로서 병무청 특별사법경찰대의 소임은 올해도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다. 좁고 어려운 길에서 최선을 다해 왔듯이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특별사법경찰관들의 존재감이 한해한해 더해 간다.
그렇다고 중압감은 갖지 마시길…. 최근 유명을 달리하신 고(故) 신영복 선생의 글귀마냥 항상 ‘처음처럼’ 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