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옷깃사이를 스며드는 신선한 바람이 따스하다고 느껴지는 봄의 길목이다. 며칠 전 춘의산 둘레길에서 뽀드득 뽀드득 눈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여 걸으며 잠시의 소중한 여유를 가진 적이 있었다. 내심 회색 콘크리트 건물을 벗어난 곳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잘 꾸며진 산책로에 대해 감탄했다.
이마에 땀이 송골 송골 맺힐 즈음 둘레길 곳곳에 작은 동물이나 벌레를 잡기 위한 ‘끈끈이’가 보였다.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짐승을 막기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무서운 이기심의 단면을 보게 된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온갖 나무와 동식물이 어우러져있는 곳이 산이고 또 피를 빠는 모기조차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있어야 할 곳이 산인데, 잠시 그곳을 빌리는 것에 불과한 인간이 자신의 편안함을 위한 이기적인 장치는 아닐지….
내 직업의 특성상 싸우고 훔치고 부수며 또는 학교폭력, 성폭력 등의 일들을 매일같이 접하기에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사건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심,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성숙하지 못한 태도를 볼 때마다 답답함에 한숨이 나올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대다수의 범죄는 이기심에서 발로된 남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아래층 이웃을 위해 살며시 걷고, 부득이 이중주차를 할 때에는 연락처를 남기고, 오토바이는 인도가 아닌 도로에서 운행하고, 남의 물건, 남의 자식 귀한 줄 아는 정도의 아주 작은 배려만 있어도 정말 살고 싶은 부천,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존재이면, 남도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존재이다. 우리 개개인 모두가 귀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산속의 작은 벌레조차 존중받아야 하는데 하물며 사람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