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말이 있다. 조그마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더 큰 것을 희생하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이러한 속담이 근래 지면상에 자주 등장하는데 다름이 아니라 병충해 방지차원에서 춘분을 전후해 논·밭두렁 소각을 하다가 의도와는 다르게 산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는 농민들에게는 그 해 농사의 풍흉의 관건은 병해충 방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매년 날씨가 풀리는 시점에서 관행적으로 논·밭두렁에서 소각을 해왔다. 그에 따라 의도하지 않은 산불 등이 매년 발생해 인명피해 및 재산피해가 발생해 왔다.
작년 한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4만여 건의 화재 가운데 임야에서 발생한 화재는 3천여 건으로 28억원 상당의 재산피해, 6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경기도의 경우 임야에서 800여 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10억원의 재산피해, 13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다. 시·도 등 전국 행정구역을 고려해 본다면 경기도에서 상당히 많은 임야화재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은 도민의 피해를 막고자 다각적으로 화재예방 홍보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야화재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논·밭두렁을 태워 병해충을 방제하려는 잘못된 상식과 정보 그리고 현실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향력 있는 농업기관들이 저마다 농작물 소각에 대해 긍정론을 펴고 있으니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소각을 하려는 농민과 이를 단속하려는 관계기관과 매년 홍역을 치르는 것이다.
하지만 농업기관에서 발표한 내용의 원문을 살펴보면 춘분 전후로 해서 논·밭두령 소각을 해야 한다는 말을 전혀 나오지 않고 소각만이 병충해 방제의 유일한 방법이라고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농민들의 귀동냥으로 들은 내용을 전달하다 와전이 되어 논·밭두렁 소각을 병충해 방제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 잘못 판단한 것이다.
농업진흥청 등 농업관계기관은 논·밭두렁이나 하천주변을 소각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유인 즉 병해충 방제효과가 거의 없고 병해충의 천적인 거미, 톡톡이 등 이로운 벌레가 오히려 많이 죽어 친환경 농법에 불리하고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대부분의 해충은 농사철에 황사 등을 타고 중국으로부터 날아오기에 소각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인 근거로 관계당국은 홍보를 통해 잘못된 정보및 상식을 바로잡아 논두렁 소각의 허구성을 알리고 있지만 농민들 입장에서는 소각을 택할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금년에도 논·밭두렁 소각으로 산불이 발생했고 노인 혼자서 무리한 화재진압을 하다 질식사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써 발생했다. 따라서 농가에서는 가급적 소각을 자제해야 하며 잡초제거를 위한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럼에도 소각이 꼭 필요한 경우 소방서 등 관계기관에 사전에 연락을 취해놓고 필요시 담당공무원의 입회하에 인근 농가들과 함께 공동소각을 하는 것이 최후의 방법이라 할 수있다. 또한 바람이 많이 불거나 건조주의보가 발표된 날은 산불의 위험이 있으므로 이날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아울러 경기도 화재안전 조례6조에 따르면 화재로 잘못 인식할 만한 행위를 사전에 신고하지 아니하고 실시해 소방자동차를 출동하게 한 사람에게는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하도록 규정되어 있기에 농민들은 이 또한 주의해야 한다.
화재중에는 자연재해인 것도 있지만 임야화재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가 대부분이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인재는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임야화재는 진화보다 예방이 최선이다. 한번 화재가 발생해 검게 그을린 산림을 다시 복원하는 데는 100년의 세월이 걸린다. 그나마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산림은 복원은 되지만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이것을 다시 복구할 수 없는 것이다. 소방서 등 관계당국은 화재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계도와 홍보에 힘써야겠고 농민은 스스로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고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