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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우리 집 꿀단지

 

요즘 모 방송국에서 우리 집 꿀단지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우리 집도 그 인기는 비켜갈 길이 없는지 어머니나 아내나 열성 시청자이다. 나 역시 일찍 집에 들어가는 날이면 저녁을 먹으면서 시청자 대열에 합류한다. 연속극이라는 것이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 보게 되면 이어서 보게 되고 안보면 궁금해진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손님 접대로 저녁을 외부에서 먹고 잔무 처리를 위해 다시 사무실로 들어오니 예의 그 우리 집 꿀단지 방영 시간인지라 티브이를 켜고 채널을 돌려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별안간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 집 꿀단지는 누구일까? 나일까? 아내일까? 아버지도 아니면 어머니, 부모님도 아니면 두 아들 혹시 며느리…?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모습이 우리 동네 앞을 흐르는 조종천 계곡처럼 이리저리 꾸불꾸불 거리더니 눈가에 이슬이 맺히며 생각이 한 곳에 멈춘다. 아무리 퍼먹고 또 퍼먹어도 바닥을 보이지 않는 꿀단지가 있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수저를 들고 덤비든 가래떡 같은 불충함으로 실례를 하든 맨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든 거절이 없는 꿀단지, 그 꿀단지 생각에 눈물이 핑 돈다. 어느 집이나 그럴지 모르지만 우리 집은 유독 꿀단지가 특이했다고 생각이 든다. 그 꿀은 언제나 달콤하지만은 안았다. 어떤 때는 쓰기가 밤꿀보다 쓰고 달콤할 때 에는 아카시아꿀 보다 달았다. 그래도 언제나 꿀이 가득한 단지는 잠시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어느 씨엠송 마냥 “손이가요. 손이가 꿀단지에 손이가….” 그랬다. 우리 집 꿀단지는 오남매의 보물 중에 가장 귀하고 또한 한편으론 누구네 집에나 다 있는 평범한 보물이었다.

언제나 비워지지 않을 것 같던 꿀단지, 내가 손을 내밀기만 하면 언제든 퍼먹을 수 있을 것만 같던 꿀단지가 언제 부터인가 텅 비게 되었다. 이제는 무엇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해 하는 자식들도 없다. 그러나 지금도 꿀이 아닌 빈 단지로라도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굴러서라도 뭔가 하고 싶어 하는 몸짓에 안타까움과 서글픔 연민이, 때론 분노가 솟구쳐 오름은 뭘까? 세상에 마르지 않는 샘은 있을지 몰라도 비워지지 않는 꿀단지는 없는 것 같다. 언젠가는 날개를 잃고 밀원을 찾아 나설 수 없는 날이 오고 더 이상은 스스로 꿀단지를 채울 수 없음을 알게 될 때, 공허함만이 단지를 채우고 파란 하늘도 까맣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네 부모들은 꿀벌보다도 더 악착같은 삶으로 꿀을 모아 자식들을 키우고 보살펴 왔다. 부모 자식 간에 사랑이 내리 사랑이라고는 하지만 굳이 유교적인 관념이 아니라 해도 부모를 향한 사랑 또한 하늘의 섭리이고 도리라고 생각을 한다. 오늘날의 세태를 보면 부모라는 꿀단지가 비워지는 순간 부모들은 상실감으로 단지를 채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 집의 꿀단지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은 꿀이 가득한 꿀단지라 생각하고 싶다. 그렇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 굽은 허리, 불편한 다리로 걷는 팔자걸음은 영락없는 빈 단지의 모습이고 그 모습이 내 부모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동안 당연하게 퍼먹어도 되는 꿀단지였다면 이제는 무엇으로 채워 드려야 할까? 우리 집안의 꿀단지인 어머니의 마음을 과연 무엇으로 채워드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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