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해주고 있다. 14일 새벽까지도 엎치락뒤치락하며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지역구가 허다했지만 결국은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출구조사에서도 나타났다. 14일 새벽까지도 지역별로 최종 개표결과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20대 국회는 16년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13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총선 투표 마감 직후 한 공중파 방송이 공개한 예측 보도를 보면 새누리당이 121~143석, 더불어민주당이 101~123석, 국민의당이 34~41석을 각각 얻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다른 방송사도 새누리당 118~136석, 더민주 107~128석, 국민의당 32~42석으로 각각 예측했다.
야권이 분열되면서 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던 결과를 빗나가게 한 것이다. 이는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공천갈등을 보면서 유권자들이 표로써 심판한 결과가 분명하다. 당선이 유력하던 여당 후보들도 줄줄이 낙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더민주 후보들은 최대의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을 펼쳤으며, 국민의당은 역시 광주와 혼남을 중심으로 ‘대약진’을 펼쳐 원내교섭단체 의석을 훨씬 능가하는 의석 수를 확보했다. 공천파동과 오만, 그리고 독선이 이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돼 앞으로 남은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소속의 영입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인사들을 놓고 여야는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 각 당은 복당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오만한 처신을 했기에 그 귀추가 주목되기도 한다. 선거결과는 ‘친박계’의 책임론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정계의 돌풍도 불가피하다. 어떻든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 임기 후반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는 정권심판의 성격이 농후하다. 그래서 이번 총선결과는 대통령과 집권당이 국정에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여야는 이번 선거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민생문제에 얼마만큼의 소홀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이제는 국민들이 표로 심판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챙기고,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창출, 미래 성장동력 육성 등 경제 문제에 여야가 더욱 힘을 쏟아줄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