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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정치인의 발언과 상식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등 권력 내부의 속성과 잘못된 국정 운영 방식을 낱낱이 아는 분들이 당선돼 우리 당에 왔다”며 “조 당선자와 대화해 보니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말의 파급력은 무척 컸다. 그래서 그런지, 문제가 커지자 우상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 시절에 비정상적으로 국가가 운영됐던 여러 사례가 있는데 그것을 바로잡자는 취지”라며 “당장 쟁점을 만들거나 정치적으로 활용할 생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우상호 원내대표의 말은 어쨌든 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야당의 역할이다. 야당이 여권과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역할은 공개적 차원에서 해야지, 무슨 비밀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곤란하다. 야당도 공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무슨 비밀을 폭로하는 방식을 상정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제했어야 했고, 바로 같은 이유에서 이런 말은 애초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다.

두 번째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정치적 도의다. 상거래에서도 도의가 있듯이 정치에서도 도의가 있다. 이런 도의는 정치를 원활하게 하고, 정치를 예측가능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상대가 최소한 이 정도의 선은 지킬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 협상도 가능하고 타협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최소한의 선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은 결국 상대의 행동을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데, 이를 통해 정치를 예측 가능한 존재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우상호 원내대표가 한 언급은, 경위가 어떻게 됐든, 과연 이런 최소한의 선을 지킬 것인가 하는 부분에 의문을 갖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당사자 중의 한명인 조응천 당선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폭로하고자 나를 영입하려고 했다면 입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도 ‘옛날 일은 건드리지 않겠다’,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런 말은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단 자신의 직무상 취득한 정보 중, 비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끝까지 비밀을 지키는 것이 공직자로서의 당연한 윤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조응천 당선인이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고 해서, 과거 자신이 직무상 취득한 기밀사항을 정치적으로 떠든다면, 이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의 정치 생명을 위해서라도 그런 언급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부분에서 또 하나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정작 본인은 그런 말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같은 당 다른 정치인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상호 원내대표의 발언은 진의가 어떻던, 한국 정치판이니까 나올 수 있는 발언이라는 생각이다. 즉, 과정이야 어떻게 됐든 원하는 결과만 만들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사고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정치인의 발언은 그래서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활용할 생각은 없다는 여지를 둔 우상호 원내대표의 발언은 또 다른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해명을 할 거라면, 그냥 해명을 해야지, “당장”이라는 단서를 붙인다는 점은, 이 해명이 또 다른 오해를 부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번 국회는 폭로와 협박 그리고 대치로 얼룩진 20대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은 실정이 바로 잡혀지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좀 제대로 돌아가는 국회의 모습도 보기를 원한다. 이런 바람이 그렇게 큰 바람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건 20대 국회의 정치인들이 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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