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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의 미술이야기]몇 년째 이어오는 정신없는 경기도 문화예술정책

 

경기도는 공공예술기관을 ‘공공의 문화향유 기회 확산’이라는 본연의 기능이 마비된 생존의 각축장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 났는가. ‘통폐합’, ‘구조조정’ 카드를 빈번하게 꺼내 들며 어중간하게 조직을 매번 흔들어버리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2008년 경기도미술관, 경기도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실학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운영을 경기문화재단에 위탁, 2008년 경기도문화의전당과 경기도립예술단의 통합, 2008년 한국도자재단이 운영 중이던 경기도자박물관을 경기문화재단에 이관, 2009년 여주 세계도자전시관의 문화체험시설을 여주시와 여주도자기조합에 이관, 2010년 경기도자박물관을 다시 도자재단에 이관, 2014년 도자 문화체험시설을 또다시 도자재단에 이관, 그리고 2016년 현재, 경기문화재단이 운영 중인 미술관과 박물관들을 이번에는 민간에 위탁하는 안의 추진, 경기도문화의전당의 폐지안 및 도립예술단을 별도 법인화하는 안의 추진, 한국도자재단과 경기문화재단의 통폐합 안의 추진 등, 이상이 지난 몇 년간 경기도 문화예술정책이 밞아온 행보이다. 믿기 어렵지만 채 10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이토록 많은 일들이 벌어져왔다.

공공예술기관의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무시한 잦은 구조조정의 성과가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은 빤한 결과였다. 위에 열거한 사안들 외에도 각 기관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논란에 늘 시달려왔으며, 경기도에서 제시하는 목표와 성과를 채우는데 급급해야만 했다. 도는 사업의 기획과 진행에 자주 간섭하였으며, 각 기관들이 고유의 정체성과 색깔을 내기보다는 도에서 제시하는 방향에 따라주기를 강요하였다. 경제적인 논리를 이유로 차츰차츰 예산은 삭감되어 왔고 공공 예술기관으로서의 제 역할과 공공성은 그만큼 위축되어 갔다. 이와 같은 도의 행보는 상식적이지도 않거니와 절대로 경제적이지도 않다. 이 와중에 각 기관의 구성원들은 ‘공공의 문화예술 확산’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따뜻한 밥을 먹고 산다는 오명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면서도, 본질에 대해 생각할 여력 없이 늘 허둥지둥 해야만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관들 내부에서도 자성과 혁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필자는 이러한 목소리가 진정성을 담아 큰 힘을 발휘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문화와 예술이 마치 우리 사회 미래 해법인양 떠들썩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경제 불황을 이유로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는 세상 속에서 정치는 점점 더 치열해 지고, 정치가 문화예술을 자신의 유익에 이용하려는 수단은 점점 더 교묘해져 간다. 문화융성의 시대가 도래 한 것처럼 여겨지는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도 팍팍하다. 정책가들이 겉으로는 문화예술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미래가치라는 것을 부정하지 못하면서도 속으로는 여전히 먹고 사는데 별 도움을 주지 않는 불필요한 사치라고 생각하고 있거나 혹은 문화예술의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예산을 줄여도 같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여기며 지원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계 종사자들과 예술가들에 대한 불신도 여기에 한 몫을 한다.

한때 문화예술 육성의 선구자로 여겨졌던 경기도는 현재 문화예술계를 옥죄는 현상이 가장 거칠게 나타나고 있는 지역이 되어버렸다. 이번 구조조정 안이 옳았던 옳지 않았던 간에 어쨌거나 도는 칼을 뽑아든 셈이다. 허투루 칼을 휘두르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시끌벅적한 소란 속에 조용히 칼을 넣는 것은 우스운 선택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각 기관들을 어설프게 흔들어 조직원들의 생존본능만을 키우는 씁쓸한 결과만을 남길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경기도와 산하 공공예술기관의 조직원들이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해야 할 것이며, 스스로의 체질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를 합의해야 할 것이다. 소란이 큰 만큼 전화위복에도 구조조정 못지않은 노력이 소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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