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선들이 제집 안방처럼 우리 영해에 들어와 불법조업을 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정부의 답변은 항상 똑같다. 긴급 대책회의를 열겠다는 말, 그리고 재발방지에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무려 17년 동안 앵무새처럼 이 말을 되풀이 해왔다. 물론 해경이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흉기로 무장한 중국어선에 올라가 목숨을 걸고 단속한다. 지난 2011년에는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우리 해경이 흉기에 찔려 숨지기도 했다.
국민의 여론이 비등할 때마다 강력 단속과 사법처리를 외치지만 이 시간에도 서해 우리영해엔 대선단을 이룬 중국어선들이 새카맣게 몰려와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단다. 어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다. 중국 어선들이 들어와서 쌍끌이 그물이나 갈고리로 바닥을 훑어내 꽃게, 해조류, 조개류까지 싹쓸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어민들이 설치해 놓은 어구들도 걷어가고 쓰레기, 폐유 등도 함부로 버리고 간다. 이러니 어장이 황폐화되고 있다. 어민들은 실제로 올해 5월까지 꽃게 어획량이 작년 대비 1/3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지난 5일 새벽 연평도 어민들이 불법조업 중국어선 2척을 직접 붙잡아 우리 경찰에 넘겼다. 오죽 화가 났으면 이처럼 위험한 일을 벌였을까. 어민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7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정부의 안일한 자세를 성토했다. 아울러 어민들의 답답한 심정을 전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방지대책을 주문했다. 중국 어선들이 이처럼 우리 영해를 침범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남획으로 인해 중국 측 바다에 물고기가 드물기 때문이다. 또 우리 해경이 단속하면 북한 해역으로 도망가면 그뿐이다. 단속선이 가고나면 다시 떼를 지어 내려온다.
이러니 어민들의 분노는 한계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이에 어민들은 중국어선들이 가박(假泊)이나 조업을 하지 못하도록 예산을 집중 투자해 우리 해역과 중국해역 사이에 대형 어초를 조성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실 이게 가장 현실적으로 적절한 대응책일 수 있다. 고기를 못 잡게 되면 우리 영해로 넘어오지 못할 것이고 해경들의 목숨을 건 단속도 사라질 것이다. 특히 어장의 황폐화를 막아 우리어민들의 생존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4대강 사업보다는 이런 일이 시급한 것이었다. 이제라도 정부가 우리 영해와 우리어민들을 보호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