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아버지
/김경애
느그 아부지는 학교 댕길 때
공부는 잘했다는디
할 줄 아는 것이 암껏도 없시야.
마늘, 양파 밭에 농약 치면서
아버지가 줄도 제대로 못 잡는다고
너무 화가 난 우리 엄마.
딸딸거리는 경운기 몰고 가면서
시동도 못 거는 양반이라고
자꾸만 아버지를 흉본다.
마늘 뽑다가도 ‘동물의 왕국’ 본다며
찔레꽃 한 아름 꺾어 들고
집으로 들어가는 아버지를 두고
엄마는 원수, 사자, 속창시 없는 인간이라고
오후 햇살 아래 험담을 널어놓는다.
한 동안 찔레꽃 향기로
가득해지는 우리 집 방안
무담시 순해지는 엄마, 성명자씨.
아픈 가족사가 종종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될 때가 있다. 시간이라는 강력한 치료제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의 풍경은 현재라는 시간의 행복한 포로가 된다. 이 시도 그렇다. 겉으로 보면 제대로 일(농사)도 못하는 무능한 ‘아부지’와 그걸 흉보거나 타박하는 억척스런 ‘엄마’는 대립·갈등 관계에 놓여 있다. 이러한 부모의 불편한 관계는 어린 자식에게는 상처가 된다. 그러나 어른이 되었을 때 그 상처는 화해의 다른 이름이 된다. ‘속창시 없는’ 아버지가 꺾어온 ‘찔레꽃’이라는 매개체 때문이다. 그 ‘향기’의 힘으로 집안 분위기가 바뀌고, 엄마는 ‘무담시 순해’진다. ‘찔레꽃 향기’는 지금도 화자의 마음속을 은은히 감도는 아버지의 향기이다.
/김선태 시인·목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