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있던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타지로 이전함으로써 수원은 더 이상 ‘농업과학 도시’ ‘농업의 메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없게 됐다. 농진청과 함께 농업수원의 두 축이었던 서울 농생대는 수원시민들이 ‘수원농대’라고 불렀을 정도로 지역의 사랑을 받던 학교였지만 지난 2003년 서울 관악캠퍼스로 옮겨가고 난 후 10년 넘게 폐허로 방치돼 왔었다. 학생과 교수, 교직원들이 사라진 캠퍼스는 폐쇄돼 잡초만 무성했고 빈 건물들은 흉가와 같았다. 학생들을 상대하던 인근 점포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상실감에 젖은 주민들은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농대 부지를 공원으로 개방하라고 집단시위까지 벌였다.
이에 2013년 경기도가 농대부지-시흥 경인교대 부지를 맞교환한 뒤 시민들에게 공원으로 전면 개방했다. 그리고 도는 옛 서울대 농생대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성과물이 지난 11일부터 문을 연 경기상상캠퍼스다. 경기상상캠퍼스는 3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개장했는데 핵심공간은 경기청년문화창작소와 상상공학관이다. 경기청년문화창작소는 청년들이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는 창직(創職) 실험과 창직 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한 곳이다. 경기생활문화센터, 어린이 책놀이터, 문화허브 카페, 생활예술공방 및 아트숍, 청년창직 실험랩, 다사리문화기획학교 등이 있다.
상상공학관은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쓸애기 전시장과 하늘장터, 개를 주제로 한 오 마이 도그, 책 디자인의 역사와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책전(展),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쉼터 어울마당 등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이다. 이날 다채로운 개막축제도 열렸다. 비슷한 시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된 지역 최대 현안인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 대규모 집회로 인해 예상보다는 관심을 끌지 못한 느낌이지만 각종 프로그램 쇼케이스, 전시, 프리마켓, 체험, 거리공연 등 41개의 프로그램이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까지 다채롭게 펼쳐졌다. 뿐만 아니라 저녁에는 안치환 밴드, 샌드페블즈 등의 공연도 열려 축제의 절정을 이뤘다.
도 관계자는 “폐허로 변한 서울농생대를 생명과 생존, 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가고자 경기상상캠퍼스를 조성했다.”면서 강원도 나미나라공화국-제주 탐나라공화국-경기상상캠퍼스로 연결되는 ‘상상나라 삼국지’를 지향한다고 밝힌다. 경기도의 희망처럼 이곳이 살아나고 주변의 마을 문화와 지역경제도 살아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