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시대 출범 이후 제식구 감싸기나 상대 후보 지지자들을 한직으로 내쫓는 인사(人事)가 횡행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인사(人事)는 곧 만사(萬事)’가 아니라 ‘망사(亡事)’라는 말이 나도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선거 때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지방공기업이나 산하단체 기관장으로 앉히는가 하면 자기 사람을 청내 주요 보직에 임명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최근 단행한 평택시 인사가 공직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공재광 시장은 전임 시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사람을 핵심 보직인 기획조정실장에 전격 발탁하는 등의 탕평인사를 통해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전임 시장 시절 요직을 맡았거나 측근으로 지목된 공직자들은 그동안 의회 사무국 등 비사업부서나 시 산하 사업소 등을 전전하다가 퇴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단행된 4급(서기관), 5급(사무관)의 대규모 승진 및 전보인사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 시장은 발령장을 받은 승진자와 전보자 모두에게 능력위주의 탕평인사 배경을 설명하고 시 발전을 위해 힘써줄 것을 직접 당부했다. 일 잘하고, 평택을 사랑하는 공직자들에게 시장과의 친, 불친에 관계없이 주요 보직에서 열심히 근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것이다.
탕평인사라 함은 좋은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모든 일을 잘 풀리게 하고, 순리대로 돌아가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조직이든 인사를 잘하고 못하는 것이 조직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의미에서 ‘인사(人事)는 곧 만사(萬事)’라는 말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선 단체장들은 아직도 선거 공신들을 중용하고, 지연 혈연 학연에 얽매여 인사를 단행하는 게 다반사여서 공직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음은 실망스런 일이다. 그러기에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인사상 파격적인 우대 혜택을 주기로 한 평택시의 이번 인사가 주목되는 이유다.
평택시는 다음달 명예퇴임과 직제 증설에 따른 승진 및 전보인사를 앞두고 자기업무에 최선을 다해 일하는 직원들을 발탁할 것이라고 한다. 공직자들은 물론 시민들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공직자와 시민과의 소통행정이 시정발전의 최우선 과제이기에 더욱 그렇다. 조선 후기 영조가 붕당정치를 타파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탕평택을 실시했다면 평택시는 오직 시민들만을 위한 민주사회 인사정책을 정착시키는 모범사례를 계속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