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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국회의원의 특권은 왜 존재하는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으로 촉발된 친인척 보좌진 채용 논란은 여야 의원들의 다양한 직권 남용과 오용 사례 폭로로 이어졌다. 이에 며칠 사이 친인척 보좌진 24명이 사직하였다고 한다. 3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직속으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를 설치하기로 하였다. 새누리당이 개별적으로 개선안을 내놓자, 두 야당은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되며 전체적으로 재검토하여 제도화하자고 나섰다.

이런 논의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치권의 특권 내려놓기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에만 해도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전후로 쇄신안이 쏟아져 나왔지만 선거가 끝난 뒤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이후 20대 총선이 다가오자 여야가 경쟁적으로 쇄신안을 내놓았다. 2014년 당시 민주당은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 등을 담은 정치혁신안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역시 보수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쇄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모두 공수표에 그쳤다.



국회의원 특권은 원활한 직무수행의 기초

국회의원의 특권으로 200여 가지가 거론된다. 여기에는 세비와 각종 수당, 해외시찰 지원, 교통편의나 우편물의 제공, 보좌진 구성이나 후원금의 모집 등 차원이 다른 문제들이 섞여있다. 여야는 이것들에 대하여 마구잡이 대책을 내놓고 있다. ‘특권’이라고 하면 일반인이 누리기 어려운 특별한 권리다. 헌법상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 있다. 그러므로 그밖에 특권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현행범이 아니면 국회의 동의 없이 회기 중 체포되지 않는 것이 불체포특권이다.

영국에서 엘리자베스 1세가 죽고 스코틀랜드 출신의 제임스가 왕이 되자 의원들의 텃세에 대항하여 의원들을 체포하여 가두기 시작했다. 이에 의회가 1603년 의회특권법(Privilege of Parliament Act)을 만들어 왕이 임의로 의원들을 체포·구금할 수 없도록 한 데서 유래한다.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하여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특권은 영국의 명예혁명(1689) 때 명문화되었다.

이러한 특권이 민주국가에서 인정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의원은 국민의 대표이므로 보통사람과 다른 특권을 줄 수 있고, 직무상 행한 발언이나 표결에 대하여 민형사상의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을 때,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할 수 있다. 외국에서도 의원의 특권과 관련한 논란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골격이 유지되는 것은 특권이 남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로 인한 이득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도 과거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권위주의정권에 저항할 수 있는 보호막이었고, 대형 정치비리와 부패를 밝혀낼 수 있는 동력이었다.



직무와 관련 없는 특권의식과 남용이 문제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행정부나 수사기관으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을 가능성은 현저히 줄었다. 특히 직무행위와 상관없이 인정되는 불체포특권은 과잉이다. 의원의 체포를 막으려고 계속 임시회 소집을 요구하는 이른바 ‘방탄국회’야말로 대표적 사례다. 여야의 개선안 중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72시간 내에 표결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지 않고 그 이후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겠다는 안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정도는 개선이 아니다. 아예 불체포특권의 폐지가 바람직하다.

면책특권도 국회의원들의 거듭된 ‘막말 파문’이나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의혹제기로 나타났다.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특정인의 성추행 의혹을 주장했다가 하루 만에 사과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 경우는 실수일 수도 있겠으나 면책특권이 없다면 그렇게 사실확인을 소홀히 했을 리 없다.

국회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기는 어렵다. 자칫 19대 국회 때처럼 용두사미가 될까 걱정이다. 특권과 일반 지원제도를 면밀히 검토하여 접근해야 한다. 다른 국가기관 또는 대기업의 임원 등과 비교하여 과다한 권한인지 판단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본연의 임무인 입법과 국정통제에 매진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되면 특권폐지에 대한 여론의 압력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만족할 때까지, 특권이 당연한 것으로 보이게 될 때까지 국민들이 냉정한 시선으로 감시해 나가지 않으면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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