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장마는 6월 하순경에 제주도부터 시작돼 수도권지역에도 7월 초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300㎜ 이상 매우 많은 비가 내리면서 곳곳에 침수, 도로통제, 출퇴근 불편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장마가 온다고 할 때 기상청은 주로 “제주도부터 시작돼 남부지방은 언제, 중부지방은 언제 영향을 줄 것이다”라는 식으로 장마에 대한 언급을 한다. 그리고 장마의 특성상 며칠 동안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치 씨름판에서 파란 샅바와 빨간 샅바를 두른 두 선수가 맞붙어 승부가 날 때까지 밀고 당기는 것과 같다.
장마도 마찬가지로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상대적으로 건조하고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마주보며 서로 힘을 겨루면서 형성된다. 서로 팽팽히 겨루다 결국은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해지면서 마침내 승부가 나고 본격적인 여름철로 들어간다.
장마와 씨름에 있어서 또 하나 생각해 볼만한 것이 있다. 씨름판의 크기와 실제로 장마가 활동하는 무대의 크기이다. 원 모양의 씨름판은 관중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크기이며, 우리가 볼 수 있는 무대의 크기에서 씨름은 이뤄진다. 그러나 장마는 우리가 알고 있는 무대하고 크기가 다르다. 우리는 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때 장마라고 하나 장마에 동반하는 비는 중국내륙에서 발달하여 서해안을 걸쳐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기고 하고 일본 열도 근처에 머물기도 한다. 무대가 중국과 일본까지 장마의 활동 범위는 넓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우리나라에 비가 오는 것만을 가지고 판단하다 보니 장마라고 하면서 비가 오지 않는다고 의아해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비가 오지 않더라도 장마전선은 일본열도에서 중국내륙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마는 눈에 보이는 씨름판처럼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를 벗어나 일본과 중국에서 힘 겨루기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장마가 시작되었더라도 우리나라에 비가 오지 않을 때도 있다.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것은 장마에 의한 비가 오는 지역의 범위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씨름판위의 씨름선수가 맞잡고 있는 공간은 크지 않듯이 북태평양고기압과 대륙고기압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공간은 넓지 않다. 두 고기압의 특성상 동서로 길게 대면하지만 남북으로 장마의 영향을 받는 구역은 크지 않다. 장마전선이 수도권지역에 위치하며 영향을 주더라도 수도권지역에는 비가오지만 충청도지역에 비가 오지 않을 수 있고, 수도권지역이라도 경기북부에 많은 비가 올 때에도 경기남부에는 비가 오지 않거나 적게 오기도 한다.
씨름판에서 양 선수가 힘을 겨루며 씨름판을 왔다갔다 하 듯이, 장마도 두 고기압의 힘에 따라서 남북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이동한다. 특히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비교적 약한 장마 초기에는 제주도와 남해안 사이를 오고 가고,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점차 강해지면서 장마기간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북상하여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영향을 준다. 서서히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더욱 크게 확장하고 마침내 북태평양고기압의 승리로 승부가 나면서 장마전선을 북한지방으로 밀어올린 뒤 장마는 끝나게 된다.
2009년부터 기상청은 장마의 시작과 종료 예보를 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로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 여름철 강수패턴이 장마 후에도 집중호우가 내리는 경우가 많아 구분해야 할 경계의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장마 종료 후에도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으며, 강수량도 장마기간과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장마가 끝났다고 하면 이제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초가을까지 국지성 집중호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장마 종료 이후에도 TV, 스마트폰, 인터넷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기상정보를 확인하는 등 집중호우에도 단단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