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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문학]청년수당과 창조경제

 

요즘 일하는 청년들은 월 100만 원 가량의 최저임금을 벌어 거주비로 30만~40만원을 낸다. 집세에 전기·가스, 상하수도 요금까지 합친 주거비 전체가 월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는 청년이 서울의 경우 70%를 넘는다. 알바를 해도 50만원도 못 버는 청춘들이 많아지고 있다. 데이트할 돈이 늘 모자라는 청춘들은 데이트를 포기하고 있다. 연애는 사치고, 결혼과 출산은 꿈도 꾸기 힘들다. 전국의 45%인 900만 세대가 세를 살고 있다. 그 중 1/3 가량은 고공행진 중인 전세를 살고 있고, 월세의 경우도 월소득에 비해 너무나 높다.

선진국에서는 총주거비가 거주자 월소득의 30%를 넘으면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미 32%를 넘었다. 축소경제시대에는 일자리가 당연히 줄어들기에 일자리를 만들거나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문제의 해법이 아니다. 무엇보다 가계 지출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주거비 지출 부담을 낮추어야 한다. 개인 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15% 이하로 낮추는 국가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스웨덴과 독일 등은 1945년 이후 불과 20~30년의 기간에 공공임대주택과 협동조합주택을 매우 빠른 속도로 늘렸다. 그 결과 오늘날 값비싼 상업적 월세 주택에 거주하는 서민들은 별로 없으며 전체 인구의 20%가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20%는 협동조합 주택에 살며, 50% 가량은 자기 집에 살고 있다.

도심에서 월세를 견디지 못하고 창조집단들이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 한다. 이는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에서 파생된 말로, 본래는 낙후 지역에 창의적 이방인이 들어와 지역이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을 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돈이 더 많은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본래 낮은 비용으로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 현상은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 Glass)’가 처음 사용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우선 임대료가 저렴한 도심에 독특한 분위기의 갤러리나 공방, 소규모 카페와 벤처기업 등의 공간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이후 동네 분위기가 창의적으로 변한다. 분위기가 좋아지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유동인구가 늘고, 이에 대규모 프랜차이즈점들도 입점하면서 건물주들은 월세를 올린다. 그 결과 애초에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었던 예술인들이 치솟는 집값이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지방으로 떠나 동네는 그냥 상업지구로 변한다.

브룬(Bruhn)과 울프(Wolf) 박사의 ‘로제토 효과’가 있다. 간단하게 이웃들과의 관계가 보약이 되는 효과이다. 로제토 마을의 삶은 즐거웠고 활기가 넘쳤다. 부유한 사람들이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과 비슷하게 옷을 입고 빈곤을 채워주었다. 그 공동체는 계층이 없는 소박한 사회였으며 서로 신뢰하였으며 서로를 도와주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있었지만, 진정한 가난은 없었다. 그러던 로제토 마을은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미국화’가 되면서 사람들의 건강이 나빠졌다. 건강하던 로제토 마을은 한국 농촌의 신명과 인심 나는 정(情)의 문화를 닮았었다. 그러다가 로제토와 한국의 도시는 미국화의 대표격인 젠트리피케이션화되면서 창의적인 젊은이들의 지옥이 되었다. ‘젠트리피케이션’과 청년수당 취소는 박근혜 정권의 창조경제 정책에 모순된 현상이다.

창조경제 전략은 ▲한국적 스타일의 브랜드화 ▲창의적 사회 분위기와 제도 ▲창조적 생산과 소비 공동체를 조성하는 창조공동체 등 여섯가지다. 그런데 이 전략들은 도시에서 돈보다 창의적 삶을 원하는 젊은이가 우선 많아진 후에 각종 창업제도의 후원을 받으면서 곳곳에서 서로 협력하며 다양하게 활동해야만 이루어질 전략들이다. 진짜 창조경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 청년들의 상상력을 보장할 청년수당 지원 이후에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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