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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이열치열

 

한여름 찌는 더위는 해마다 기세를 더하는지 방송에서는 예년에 없던 찜통더위라며 이맘때 열기를 전한다. 어쩌면 과거의 경험했던 기억속의 더위는 참을만했던 조금은 어여쁜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사무실 문밖을 나서면, 뙤약볕에 줄을 선 자동차에서 내뿜는 열기가 숨마저 제대로 못 쉬게 할 정도로 확 달려든다.

내리쬐는 열기와 쏟아내는 자동차 배기가스는 무더운 여름을 더욱 지치게 만든다. 늘 한산하기만 한 우리 동네 도로도 휴가철이면 밀려오는 차량들이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차를 끌고 나서는 모습은 마냥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면 오가는 시간도 절약이 되고 에너지 낭비도 피해갈 수 있고 도로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머문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생각인가는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재미있는 생각을 해본다.

늘어선 대부분에 차들은 하나같이 유리창이 꼭꼭 닫혀있다. 사람들은 움직이지도 못하는 차안에 갇혀 귀중한 휴가를 보낸다. 빵빵하게 나오는 에어컨은 그들을 포로로 가둔다. 그런데 에어컨이 안 나온다면 어떨까? 아예 법으로 대중교통은 냉방시설을 잘 갖추어 운행을 하고 일반 승용차는 휴가철이나 공휴일에는 에어컨을 못 켜게 한다면, 휴가철에는 일정 구간은 창문을 내리고 운행을 하게 한다면 어떨까. 이런 말을 하면 미친놈 취급을 받을 수도 있지만 얼마나 재미있고 나름 괜찮은 생각인가.

요즘 자동차는 에어컨을 장착하고 나온다. 그러나 이 삼십여 년 전에는 선택사양이라 해서 별도로 주문해야 했던 시절이 있다. 그것도 화물차에는 더 더욱 그러했다. 그 시절 서울에서 화물차를 직접 몰고 다니면서 제지 제철회사에 원료 납품 사업을 했던 나로서는 그때도 더위가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는 기억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90년대 초 중반쯤 어느 해 여름엔 연일 인체의 온도를 넘는 기온으로 매일 열대야의 냉수를 뒤집어쓰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루기 때문에 열대야(熱帶夜)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 때 기억나는 한 가지는 화물자동차 엔진은 왜 그리 열을 잘 받는지 내리쬐는 태양열과 운전석 아래서 치고 올라오는 열기는 한낮에는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로 지금 생각해도 끔찍할 정도였다. 그 열기에서 “그래! 이열치열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자동차 유리문을 올려 꼭 닫고서 달리니 온몸이 불가마 찜질방에 들어갔을 때 쏟는 땀보다 더욱 많이 흘려 땀으로 흠뻑 목욕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하고 집에 도착하여 차문을 열고 나오면 그 시원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다음 수돗가에서 등목까지 하면 천국이 따로 없는 행복감으로 가득했는데 요즘의 더위는 선풍기도 아니고 에어컨으로 몰아내니 덥다, 덥다 해가며 시원함을 만끽해도 예전처럼 간절한 행복함은 없어진 듯하다.

밀리는 길에서 장시간 오고가며 자동차 에어컨으로 휴가를 즐기고 시원한 계곡과 산속에서도 에어컨 바람으로 피서를 하고, 그렇게 하려거든 집에서 편하게 에어컨 틀고 편히 쉬기나 하지 왜 집 나오면 한다는 개고생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에어컨 없는 피서, 막히는 길이 없는 피서는 어떤 것일까. 가평처럼 자연 풍광이 좋은 곳에서는 자연으로 피서를 하는 그런 피서를 즐기는 문화가 되살아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뜨거움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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