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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모성과 담배

 

흔히 하는 말로 여성은 약하지만 모성은 강하다고 한다. 얼마 전 이를 입증하는 사건이 있었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외출 중이던 여성이 가까운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다른 곳으로 이동해 줄 것을 권유했다가 뺨을 맞는 놀랄만한 사태가 벌어졌다. 사건은 경찰에서 쌍방폭행으로 종결되는 듯 했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아기 엄마를 폭행한 남성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으나 아기 엄마는 그냥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시간이 가면서 잊혀질 것 같았던 사건은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고 급기야는 방향을 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어진 댓글에서는 아이를 동반한 여성이 지하철역 구내에서 불법흡연자로부터 백주대낮에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했고 격분에서 본능적으로 밀친 행동을 쌍방폭행으로 취급한 일에 격분하고 있다. 결국 흡연 남성은 검찰로 송치되었다.

금연을 권고하는 공익 광고가 아니어도 비흡연자에게는 담배 연기가 참기 어렵다. 하물며 7개월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기 엄마에게는 어떻게 해서라도 담배 연기로부터 아기를 보호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 생각이 처음 보는 남성에게 자리를 옮겨줄 것을 권하는 용기를 불러일으켰다고 본다. 그러나 유모차를 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기 엄마는 무방비 상태로 건장한 남성에 의해 팔을 낚아채여 유모차로부터 분리되어 뺨을 맞아야했다. 계속 될지도 모르는 폭행도 두려웠겠지만 뜨겁게 달아오른 혼잡한 횡단보도에 혼자 남겨진 아기를 생각하며 남자를 밀쳐내고 주변의 만류에 의해 아기에게 돌아갔다. 결과는 쌍방폭행이었다. 모성은 엄마에게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부풀은 뺨과 잡혔던 팔에 푸릇한 멍 자국을 남기고 폭행이라는 오명을 씌웠다.

요즘은 공공장소는 대개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어 비흡연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도 보도블록 위에도 도로 옆 난간에도 금연표지가 아기 엄마의 부풀은 뺨처럼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우선 사건의 발단은 불법흡연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기가 흡연에 노출된다고 하면 이를 제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게 되고 이에 따라 적당한 행동을 취하는 것은 엄마로서 지극히 당연한 의무인 동시에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아무 저항도 할 수 없는 아기는 언제 어떠한 상황 아래서도 최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아무 대비 없이 겪는 폭행에 어느 정도까지 저항을 해야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누가 오른뺨을 때리거든 왼뺨을 내어줄 사람은 성경에서나 읽는 말씀이지 실제 그런 상황이 되면 대개가 분노와 수치심으로 저항을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아직도 여성을 경시하는 풍조와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깝다는 야만적인 행태를 가진 사람들과도 어울려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계속되는 폭염이 더 짜증스럽다. 사건을 맡은 경찰에서도 나름의 입장과 고충이 있겠으나 약자를 보호하고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도 이런 사건이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면 대국민 폭행 대처요령이라도 만들어 배포하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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