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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칼럼]디지털 교과서가 학생들의 인성에 미치는 영향

 

구글, 애플 등 대표적인 IT기업의 직원들은 과연 자녀들에게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 교육을 강조할까? IT 전문가들이니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교육에 몰두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이들은 디지털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학교로 아이들을 보낸다. 그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컴퓨터가 한 대도 없고, 스마트폰을 소지할 수도 없다. 대신 분필, 종이, 연필 등 아날로그 교육 기자재를 사용하고, 독서 및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창의적인 사고와 좋은 인성을 배우고자 애쓴다.

반면 최근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스마트 교육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초·중등학교에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한다. 물론 디지털 교과서가 갖는 장점이 있다. 멀티미디어 학습자료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동기와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다양한 교육자료를 바로 링크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교과서는 좋은 성품(인성)을 함양시킬 수 있는 면(面) 대 면(面) 협력학습 기회를 감소시킨다.

디지털 교과서의 큰 장점으로 ‘완전한 자기주도적 학습’이 많이 거론되는데 디지털 교과서가 학습에 필요한 전반의 과정을 지원하기 때문에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자기주도적 학습은 학교 내의 학습을 개별화시킴으로써 교사·교우와의 면 대 면 협력학습 기회를 줄어들게 만든다. 면 대 면 협력학습은 인성교육 측면에서 다양한 장점을 갖는다. 샐빈(Slavin)과 케이건(Kagan)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협력학습법을 사용한 학급이 그렇지 않은 학급에 비해 교우 간에 우정이 더 돈독해졌다고 한다. 또한 매든(Madden)과 슬래빈(Slavin)은 협력학습을 하는 학생들은 학습이 부진한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으며, 미국 인성교육의 개척자, 필립 핏치 빈센트(Philip Fitch Vincent)는 협력학습이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필요를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룹 공동의 성공에도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또한 학생들은 교사와 의사소통하며 생각·감정·행동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수용·모방함으로써 좋은 성품(인성)을 계발시킨다.

면 대 면 협력을 통해 아이들은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밑거름이 되는 ‘좋은 성품’을 배워간다. 좋은 성품이란, ‘갈등과 위기의 상황에서 더 좋은 생각, 더 좋은 감정, 더 좋은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영숙, 2005)이다. 이 좋은 성품을 형성하려면 교사와 학생이 서로 친밀하게 대화하면서 좋은 생각, 감정, 행동을 표현하고 연습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교과서는 좋은 성품(인성)을 가장 활발하게 배울 수 있는 면 대 면 협력학습과 의사소통을 소홀히 여기게 할 수도 있어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과제물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 교사와 교우들의 피드백을 받거나, SNS 등으로 토론하는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협력학습을 고안하고 있지만, 이미 아이들은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하기보다 문자 메시지로 표현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할 정도로 가상공간에서의 의사소통에 익숙하다. 극단적인 사례로 현실에서는 한 마디 대화도 못하다가 인터넷에서는 서슴없이 악플을 다는 ‘가면’ 쓴 아이들도 점점 늘고 있다. 면 대 면 대화보다 가상공간에서의 의사소통 시간이 많을수록 좋은 인성을 배우고 실천할 기회가 줄어들게 되므로 다양한 폐해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또한 디지털 기기 개발자인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만 하더라도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디지털 기기를 적극 활용한 학습을 지양하고, 책을 읽고, 충분히 대화하고 토론하도록 했다. 이는 우리가 디지털 교과서에 대해 좀 더 고심해보게 만든다.

우리도 디지털 교과서를 포함한 이른바 ‘스마트 교육’에 대한 맹목적 호감을 잠시 멈추어야 하지 않을까.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할 만큼 우리는 지금보다 책임있고, 함께 협력하는 시민 양성에 몰두하고 있다. 공교육은 완전한 자기주도학습보다 지덕체(智德體)의 균형적 발달과, 좋은 성품으로 더불어 함께하는 성취를 맛볼 줄 아는 학습이 필요하다. 따라서 디지털 교과서는 교육적 효과를 다양한 측면에서 더 검증한 뒤 대체 방안이 아닌 적절한 보완 방안으로 도입하더라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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