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지난 9일자 사설을 통해 미국선녀벌레라는 돌발해충이 창궐해 농경지와 산림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한 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철저한 방제를 실시하라고 경기도에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도가 미국선녀벌레 방제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섰다. ‘미국선녀벌레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9일자 사설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이 벌레는 국내에 천적이 없다. 농약을 쳐도 7일만 지나면 다시 몰려오며 알을 줄기 속이나 틈에 숨겨서 낳는 성질이 있다. 발견하기 힘든데다가 생명력도 강해 ‘좀비벌레’라고도 불린다.
도에 따르면 미국선녀벌레는 현재 도내 23개 시·군 농경지 6천198㏊에 걸쳐 발생, 작물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한다. 시급한 방제가 필요한데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방제적기를 놓치면 배, 포도, 인삼, 콩 등 경기도 주요 작물의 20~30%에 달하는 손실이 우려된다. 이에 도는 예비비 12억 원을 투입, 피해가 우려되는 19개 시·군 농경지 2천686㏊에 한달 동안 집중 방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8월에 수확하는 작물이나 친환경 농업지역에는 친환경 약제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방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는 올해 농사도 문제지만 올해 방제시기를 놓치면 내년에 미국선녀벌레 피해가 몇배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도가 예비비까지 투입하는 까닭은 일부 시·군의 경우 워낙 피해가 큰데다가 예산까지 부족해 방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농가들도 스스로 방제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를 막지 못하고 있다. 도는 미국선녀벌레를 비롯해 갈색날개매미충, 꽃매미 등 돌발해충 피해에 대비, ‘경기도 농작물 병해충 예찰·방제단 구성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해 내년도에 방제 예산을 확보할 방침이다.
그런데 문제는 경기도에서만 방제를 실시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란 것이다. 해충들이 이웃 충청도로 피해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충북 진천군, 음성군과 인접한 안성시의 경우 도 전체 피해 농경지 면적의 4분의 1이 넘는 1천687㏊에 미국선녀벌레가 들끓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데 곧 충청도지역으로 확산될 것이 뻔하다. 따라서 도는 연접 시도 간 전파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방제를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남경필 지사는 최근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에게 전국 동시 방제를 건의했고, 이 장관은 이를 수용했다. 끝까지 철저한 방제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