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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살

/김선태



신안군 자은면 할미섬엔 아직도 독살이 있다

원시시대 돌그물이다

물고기들은 예나 지금이나 이 돌그물에 걸린다

아니 걸린다기보다 갇힌다

밀물 때 멋모르고 들아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놀다가

어느 새 스멀스멀 돌 틈으로 썰물이 져서

미처 빠져나가지도 못한 신세가 된다.



나 세상에 태어나

너라는 독살에 갇힌 적이 있다 딱 한번

갇힌 뒤 지금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폐허의 갯바닥에서 한 마리 숭어처럼 파닥이고 있다

그놈의 원시적 사랑법을 버리지 못하고

끝내 자승자박의 물고기 되어

아직도 너라는 튼튼한 돌그물에

꼼짝없이, 갇혀 있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독살이 드러난다. 독살 안에서 물고기들은 갈 곳을 잃는다. 조금 남아있는 물속에서 이리로 저리로 몸을 움직여보지만 이전의 바다 속이 아닌 막다른 길이다. 그 길에서 물고기들은 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그런 독살이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라는 길을 걸어오는 동안 다양한 독살 안에 갇힐 수 있다. 시인은 너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있는 사랑의 독살을 이야기하고 있다. 밀물이 왔다가 썰물이 빠져나가는 사람이었다고 할 수도 있는 일, 그러나 시인은 그러질 못하고 제 스스로 올가미를 씌우고 있다. 그것이 끝난 사랑이건 진행된 사랑이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네게 발목을 묶고 있다. 질기고 질긴 사랑법이다. /김유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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