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줄 모르는 불볕더위에다가 가뭄까지 겹치면서 국민들의 고통과 걱정이 더 심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녹조 공포’다. 가장 대표적으로 녹조 공포를 겪는 곳은 이명박 정부의 최대 치적이라고 하는 4대강이다. 낙동강과 금강 등 4대강에 퍼져있는 녹조는 재난 수준이라고 할 만큼 끔찍하다. 특히 금강 대청호, 낙동강 강정고령보, 창녕함안보는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곳인데도 조류경보제가 발령됐다. 학계에서는 낙동강 수계의 경우 4대강 사업 이후 유속이 느려지면서 녹조 현상이 더욱 빈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의 어류 생태계가 심각하게 망가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4대강의 녹조현상이 얼마나 심각하면 환경부와 수자원공사가 강 상류에 설치된 다목적댐을 대량 방류해 녹조를 밀어내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는 말이 나올까? 지속되는 가뭄과 폭염으로 수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말이다. 그런데 한강 하류에서도 녹조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 크다. 조류경보제가 발령될 만큼 심각하지 않지만 폭염으로 인해 남조류 번식이 왕성해지고 있는 것이다. 어민들에 의하면 이틀 전부터 행주대교 아래서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가뭄이 계속돼 수도권 2천5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팔당호 등 상수원에까지 조류경보가 발령된다면 끔찍한 일이다.
녹조는 경기도내 강과 호수까지 발생하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용인 기흥저수지와 수원 광교저수지, 의왕 왕송호수 등 도내 대부분의 저수지들이 녹조로 덮여 있었다. 특히 기흥저수지는 저수지 중앙 일부를 제외한 전체가 사실상 ‘녹조저수지’로 변했다. 또 왕송호수는 녹조가 뒤엉켜 거품이 나고, 물고기까지 폐사, 악취가 심하게 발생했다. 이와 반면 광교저수지는 깨끗한 물을 꾸준히 방류하는 등 방제활동에 적극 나서 비교적 녹조가 적었다.
녹조는 질소·인 등 영양염류가 풍부해지고, 일조량이 많아져 수온이 오를 때 식물 플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가 필요 이상으로 대량 번식하면서 물색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를 방제할 좋은 방안은 물을 순환시키는 것이지만 올해는 워낙 가물어 자연방류도 어려운 실정이라니 안타깝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야 할까? 강이나 호수로 흘러드는 지·하천을 정비해 수질을 개선하는 등 우리나라 물 생태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생각할 때다. 정부가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