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캐나다 밴쿠버 총영사관에서 경찰 주재관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해마다 경찰청에서는 해외 각국의 한국계 경찰관들을 국내로 초청, 한국경찰 및 한국 문화에 대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마침 현지에서 우리 관광객이나 유학생 범죄피해자들의 보호에 매우 적극적이던 한인 1.5세 밴쿠버 경찰관이 있어, 이 프로그램에 추천했다.
1주일간의 경찰청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돌아온 그는 한국방문 전보다 훨씬 밝은 모습으로 나를 찾아와 한국방문 중 있었던 여러가지 체험사례를 신나게 털어놓았다. 초등학교 2학년때 캐나다에 이민 온 후 첫 모국방문이었으며, 밴쿠버보다 훨씬 역동적인 서울의 모습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은 모습이었다. 높은 범인 검거율, 첨단 과학수사 장비와 기법, 적극적인 방범활동 등 한국경찰의 발달된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는 말 또한 빼놓지 않았다.
그런데 그와의 대화중 아직까지도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은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이었다. 그가 한국에서 체험한 가장 이색적이고 신기한 것은 ‘늦은 저녁시간, 신사복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멀쩡한 성인들이 술에 취해 휘청거리며 다니는 모습’이었다. 거리에서 술에 취해 돌아다니는 것은 밴쿠버에서는 노숙자나 부랑자, 또는 주말을 즐기는 일부 젊은 학생이 아니면 하지 않는 행위였기에 그는 그런 모습을 몹시 이해하기 힘든 충격이었다고 했다.
며칠 전 세계 최대 도시·국가 비교 통계사이트 넘베오(Numbeo)에서 118개 나라 342개 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인천’이 안전지수 최고, 범죄지수 최저를 얻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선정됐다는 기사를 보았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이 결과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우리 경찰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 남동경찰서는 인천에서도 가장 치안수요가 많고 바쁜 경찰서임에도 체감안전도를 비롯한 각종 치안지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최고의 경찰서라 할 수 있으며, 경찰서장으로서 780여 남동경찰 모두가 무척 자랑스럽고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안타깝게도 최근 일부 경찰관들의 비위행위가 연일 매스컴에 보도돼 많은 시민들과 동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비록 일부 경찰관들의 비위행위이지만 경찰전체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뛰어난 성과를 희석시키는 행위로 이런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되겠다.
흔희 경찰관들은 매일 주취자들을 상대하며, 우리사회가 이제는 음주에 관대한 문화를 바꿔야할 때가 되었다고 불평하곤 한다. 하지만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모습’이 그저 남의 일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휴무날, 비번날이라 사복을 입고 있을지언정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경찰관’이 되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30년 전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경찰에 입문하던 그 때의 초심을 돌아본다. 시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며 근무할 때나 휴무일 때나, 언제나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를 잊지 않고자 노력해왔다.
경찰서장으로서 지금 나와 같이 근무하는 남동경찰서 동료 경찰관들이 바르고 반듯한 모습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치안 상태를 유지해 나가는 그런 경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