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신
/손택수
토방 아래 늙은 개가 쥔 할머니 고무신을 깔고 잔다 마실 갔다 와서 탈탈 털어 논 고무신을 제 새끼를 품듯 품고 잔다
눈이 내리는데, 올겨울은 저렇게 몇날 며칠 눈만 내리고 있는데
고뿔이라도 들었는지 콧물을 훌쩍거리면서, 뚝 뚝 댓가지 꺾어지는 소리에 가끔씩 귀를 쫑긋거리기도 하면서
뒤꿈치를 꿰맨 고무신에 축 처진 배를 깔고 잔다 차디찬 고무신에 털가죽을 대고 잔다
개는 인간의 생활 속에서 인간들과 함께 오랜 시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외로운 사람의 옆에서는 친구였다가, ‘오수의 개’처럼 주인을 살리고 자신은 죽은 충복(忠僕)인 개도 있었다. 사람은 개를 버리지만 개는 절대 사람을 버리는 일이 없었다. 이 시에도 그런 개가 있다. 굳이 식구라고 불리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개가 언제 신을지 모르는 할머니의 차가운 신발을 데우고 있다. 따듯하게 데워진 신발을 신고 걸어가는 할머니의 두 발을 상상하면 벌써 마음이 따듯해지지 않는가. /김유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