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윤중목
밥은 사랑이다.
한술 더 뜨라고, 한술만 더 뜨라고
옆에서 귀찮도록 구숭거리는 여인네의 채근은
세상 가장 찰지고 기름진 사랑이다.
그래서 밤이 사랑처럼 여인처럼 따스운 이유다.
그 여인 떠난 후 주르르륵 눈물밥을 삼키는 이유다.
밥은 사랑이다.
다소곳 지켜 앉아 밥숟갈에 촉촉한 눈길 얹어주는
여인의 밥은 이 세상 최고의 사랑이다.
- 윤중목 시집 ‘밥격’ 중에서
중학교 때의 일이다. 아무도 없는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첫 느낌이 좋아서 아침 일찍 등교를 했다. 아침밥이 늦게 되었을 때는 밥을 안 먹고 도시락만 겨우 챙겨 집을 나섰다. 그 때 엄마가 달려와 책가방을 빼앗았고, 나는 책가방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일어서는 내게 한술만 더 뜨라고 엄마는 숟가락 위에 반찬을 얹어 어서 먹으라고 채근을 했다. 엄마의 그 모습이 고맙기는커녕 귀찮고 매번 짜증이 났다. 한술만 더 뜨라는 그 말이 찰진 밥이고, 촉촉한 눈길을 얹은 사랑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 늦게 안다.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