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
/김선향
어미는
죽어가는 새끼 입에
먹이를 찢어 넣어 준다
새끼의 심장이 싸늘히 식자
어미는
죽은 새끼를 먹어치운다
새끼는
어미의 커다란 눈동자에
영원히 박힌다
- 김선향 시집 ‘여자의 정면’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려는 행위는 생명 있는 모든 존재들의 본능일 뿐만 아니라 절대적 의무이자 신성한 권리이기도 하다. 그것이 생명에 대한 정의(正義)다. 그런데 ‘새끼에 대한 어미의 관계’에서는 그 정의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새끼의 목숨이 곧 어미의 목숨이다. 단장(斷腸)에 대한 고사(故事)에서 새끼를 잃은 어미의 창자가 토막 났듯이, 새끼의 죽음은 곧 어미의 죽음이 된다. 이 시에서 우리는 죽은 새끼를 먹어서라도 다시 살려내려는 어미의 처절함을 볼 수 있다. 죽은 새끼를 결코 보낼 수 없는 어미의 창자가 조각나는 고통. 어미의 눈동자에 박힌 새끼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