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이홉
/문인수
누가 일어섰을까. 방파제 끝에
빈 소주병 하나,
번데기 담긴 종이컵 하나 놓고 돌아갔다.
나는 해풍 정면에, 익명 위에
엉덩이를 내려놓는다. 정확하게
자네 앉았던 자릴 거다. 이 친구,
병째 꺾었군. 이맛살 주름 잡으며 펴며
부우-부우-
빠져나가는 바다,
바다 이홉. 내가 받아 부는 병나발에도
뱃고동 소리가 풀린다.
나도 울면 우는 소리가 난다.
빈 병이 빈 병이 아닙니다. 오늘은 바다입니다. 누가 울고 있는 빈 병을 놓고 갔을까요. 알 수 없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네가 갖고 있을 수도, 내가 갖고 있을 수도 있는 울음의 다른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소주병을 비우면서 우리는 우리 속에 있는 무엇을 다 쏟아 부을 수 있을까요. 빈 병 너머의 진실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한 사람을 울게 했다가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라는 것을 바다에 와서 깨닫습니다. 한 사람이 앉았다가 간 자리 그대로 앉아 비우고 있는 바다의 소리. 끈적이는 깊이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김유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