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도시농업은 대도시의 도시민을 중심으로 올해 참여자가 130만 명을 넘어섰고 도시텃밭의 면적도 850㏊로 크게 증가했다.
2010년 우리나라에서 도시농업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후 불과 5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에 비해 아직은 초기 도입 단계로 앞으로 우리나라 도시농업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이끌어갈 것인지 고민할 시점에 와있다.
도시농업이 생산, 판매를 통해 업으로 하는 기존의 농업과 다른 점은 도시 농산물 소비자가 농업 활동을 통해 생산뿐만 아니라 체험, 힐링, 건강증진, 환경정화 등의 농업의 가치를 확산하고 이를 통해 잠재적인 농업 소비층을 확보해 농촌·농업을 돕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텃밭에서 상추, 고추 등을 재배하는 단순 생산 활동만을 도시농업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의 도시농업은 1990년대 후반 원예치료가 들어오면서 태동하기 시작했다. 원예치료는 식물과 사람, 식물과 환경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면서 도시민을 고객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농업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21세기형 도시농업 모델이 세계를 선도하는 도시농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단순한 작물 생산에서 벗어나 생산과정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농업활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텃밭에서 상추, 고추만을 기른다면 기존의 농업과 다를 바가 없다. 비록 도시텃밭의 면적이 전체 채소 생산량의 0.13%에 불과해 매우 미비하지만 생산 중심이 아니라 식물과 사람의 관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텃밭에서 작물을 기르는 과정에 가족, 이웃 등이 함께 참여하고 그들간 대화의 시간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힐링하고 건강을 증진하도록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둘째, 도시농업의 활동 공간을 다양화해야 한다. 현재는 도시텃밭이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텃밭, 정원, 실내 공간, 인공지반, 가로화단, 공원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텃밭을 분양 받은 일부 사람들만이 도시농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상시적으로 이뤄지도록 실내에 텃밭과 정원을 만들고, 옥상에 텃밭정원을 만들어야 한다. 현대인은 24시간 중에 21시간을 실내에서 생활하기에 실내에 녹색이 들어오는 실내농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셋째, 도시농업 대상자를 도시민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현재는 도시농부로 불리는 텃밭을 활용하는 사람들을 주된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도시에서 텃밭 공간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시민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크든 작든 화분 몇 개 정도는 기른다. 따라서 건물 내 생활공간에서 수시로 농업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식물을 체험하는 시간을 늘러 가도록 발전해야 한다.
넷째, 먹거리 재배에서 볼거리, 느낄거리까지 확대해야 한다. 텃밭에 채소와 꽃을 같이 심어 정원을 만드는 텃밭정원을 확대하고, 가로수나 학교 등의 화단에 꽃과 관상수를 심어 볼거리를 늘리는 것이다. 또한 환경을 아름답게 꾸며 정화하고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건강을 증진하며, 도시민의 정서함양 등 농업의 새로운 가치 확산에 주력해야 한다.
미래의 도시농업은 생산 자체보다 식물과 인간, 환경과의 관계와 가치를 중시하고, 활동공간을 다양화해 텃밭을 갖고 있는 일부 사람들만의 활동이 아니라 우리나라 5천만 국민 모두가 참여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식물을 기르고 가꾸는 데에는 일반인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IT 기술을 접목하고 건축, 보건, 의학 등 다양한 학문과 융합해 ‘생활 속 농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럼으로써 세계가 우리의 도시농업을 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