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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칼럼]흠집 내기

 

60년 넘게 살다보면 억울하거나 속상한 일을 겪게 되기 마련이다. 어떤 가해자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자신이 정한 목적을 성취하려고 남을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일수록 자신이 억울하게 당하는 것은 결코 참지 못하면서 남을 비난하는 일에는 즐기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나 혹은 그의 측근이 특정한 목적을 향해 추진했으나 그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그 원인을 남에게 탓을 돌리며 비난을 하는 경우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과 무관한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대변인처럼 앞장을 서서 비난의 글을 올리기도 한다. 이 글에 대한 댓글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가 그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댓글을 쓴 사람을 공격하는 글을 다시 올린다. 이런 양태가 수차례 반복되면 결국에는 본안은 사라지고 서로 공격을 위한 공격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흠집 내기이다.

흠집 내기는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것이 허용된 특정한 카페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상황을 잘 모르면서도 가해자를 지지하는 그룹도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된다. 가해자가 바라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런 반사이득이다. 한 사안에 관해 상대방의 말꼬리 잡기부터 시작해서 그 사안에 관해 떠도는 이야기들을 수집 정리까지 하고, 이것을 자의 해석하여 온라인상에 무작위 배포를 한다. 거의 집착에 가까운 편집증후군이다. 언제 생업에 종사하는지 의심이 들 만큼 본업보다는 이런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면 그는 분명 정신질환자이거나 특별한 자폐환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영악하게도 명예훼손에 걸리지 않을 만큼 글 내용의 수위를 조절하기도 한다. 이들이 포장하여 주장하는 명분에는 언제나 공공성, 정의가 빠지지 않는다. 물론 온라인 상에서 이러한 방식으로나마 공론이 모아진다면 건강한 민주화가 될 수도 있지만 대개는 익명으로 특정인을 비난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결국 가해자는 자신이 한 짓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에 관한 가장 큰 피해자들은 연예인과 정치인들, 다른 기타 유명 인사들이다. 가해자들의 특징은 좋은 일들을 유포하기 보다는 터무니없는 나쁜 소문을 유포하는 것이다. 이 때 돌아오는 반응이 흥미롭고 더 자극적으로 회신해 주는 재미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익명의 가해자들은 피해자만큼 유명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자신이 성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시샘과 성공한 사람에 대한 질투를 비난을 통해 무언가 대리만족감을 갖는 듯하다. 피해자 혹은 피해기관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가해자의 어떤 공격과 비난에도 여론몰이가 되지 않으며 조직이 쉽게 흔들리지도 않는다. 어느 순간에 자신이 올린 비난의 글에 점점 반응이 신통하지 않으면 슬그머니 자퇴하고 하이에나처럼 또 다른 먹거리를 찾아 떠돈다. 이들로 인해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를 받지만 반면 이들로 인해 모두 조심하려는 순기능도 없지는 않다. 현대 기술사회가 가져온 사회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지탄받아 마땅한 사람에 대한 비난의 글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 이상하다. 불길처럼 잠시 번졌다가 쉽게 사라진다. 이것은 지독하게 지탄받아 마땅한 사람은 그의 권력도 그 만큼 비례해 왔기 때문인지 모른다. 시민들은 익명으로라도 감히 이들을 비난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돌이켜 보면 독일의 통일은 한 시민의 작은 촛불기도로부터 시작되었다. 현대과학기술이 가져다 준 인류역사 이래 최대의 선물인 컴퓨터(온 라인)를 공공성과 정의실천으로 포장하여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근거 없이 남을 비난하는 문장과 내용의 무례함이 도를 넘어 그 카페에 접근하는 것을 꺼리게 만든다. 비단 이런 현상이 대한민국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성숙한 자유 민주시민이 되기까지의 과도기 같은 여정이라고 생각하며 자위해 본다. 하기야 필리핀 대통령이 비록 사과는 했지만 미국 대통령한테 개XX라고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표현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서 앞으로의 교육은 정부 주도의 점수 잘 받고 취업 잘하는 평가중심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는 품성교육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흠집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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